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초기 진입을 노린 K배터리 업계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왼쪽부터)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시제품과 개발형 모델 모습. /사진=뉴스1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순간 고출력이 가능함에도 비싼값에 외면받던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가 로봇에 적합하단 평가를 받으면서다. 나아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앞당겨 로봇용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앞두고 로봇용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로봇 전용 배터리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휴머노이드 양산을 선언한 테슬라와 손잡고 관련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SK온도 최근 현대위아 물류로봇 배터리 공급을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보조금 정책 변화,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 등이 겹치며 실적 하락을 겪었다.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색하던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목했다.


로봇용 배터리는 특성상 국내 업체들이 유리하다. 중국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가 커 휴머노이드 로봇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한국이 앞서는 삼원계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순간 고출력 구현이 가능해 로봇에 적합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63%씩 성장해 2035년에는 약 280억달러(약 52조원), 2050년엔 5조달러(약 70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로봇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도 나섰다. 해당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이다. 전기차 분야에선 비용과 기술적 난제로 상용화가 지연됐지만, 로봇과 드론 등 소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분야에서는 적합해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SDI는 2023년 경기 수원 연구소에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2027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하고 있으며, SK온도 지난해 하반기 대전 미래기술원 내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해 2029년 전고체 배터리 출시를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차량 원가에서 배터리 비중이 30~40%에 달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1% 안팎"이라며 "가정용·상업용 로봇은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 제조사 입장에선 안전성과 성능을 우선한 고품질의 배터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로봇이 상용화될 경우 배터리 업계에도 의미 있는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