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의 커버스토리 취재를 위해 찾아간 여러 성형외과에서도 이 말을 자주 들었다. 특히 강남소재 유명대형병원들은 교묘히 성형부가세를 들먹이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는데, 이 법의 취지가 세원강화인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이상한 점이 몇가지 눈에 띄었다. 그 중 하나가 일명 '가계약금'이다. 고객이 병원에 수술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고객과 병원은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이때 병원은 고객에게 계약금을 요구한다. 만약 고객의 변심으로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병원이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객이 수술을 하겠다고 확정하지도, 수술날짜를 정하지도 않았는데 일부 성형외과들은 할인을 받으려면 가계약금을 내야 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가계약금 여부에 따라 많게는 90만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고객입장에선 괜찮은 조건인 듯 보인다.
가계약금을 결제한 다음날 기자는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환불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신 선납한 계약금에 돈을 더 보태 보톡스나 필러와 같은 주사시술을 받으라고 회유했다. 병원으로선 가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또다른 영업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성형수술 계약금 환불여부는 병원과 고객 간 분쟁이 가장 많은 사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 고시규정을 두고 있다. 공정위 소비자분쟁관련 고시에 따르면 수술예정일로부터 3일 이전에는 계약금의 90%, 2일 전에는 50%, 1일 전에는 20%를 환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계약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소비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 다른 한가지는 개인정보 수집이다.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는 상담 전 고객에게 개인정보 및 과거병력 등을 적도록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장에는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가 첨부돼 있다. 동의서에는 자사 및 제휴업체의 이벤트, 광고문자 알림 등의 홍보에 고객 개인정보가 활용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동의서 말미에는 '개인정보 활용을 거절해도 고객에게 불이익은 없다'는 문구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거부'를 표시할 수 있는 공란이 보이지 않았다. 거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개인정보 활용을 거부할 경우 상담이 불가능하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 마케팅 활용에 동의를 해야만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과거병력까지 세계인의 공공재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으로 불린다. 인구 1000명당 13명이 성형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금결제를 유도하며 탈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계약금을 강요하고 고객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성형외과가 있다. 평일임에도 고객들로 붐비는 성형외과를 빠져나오며 기자는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