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Ray’는 아주 특별하다 152분의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시종일관 노래한다. 거장 레이 찰스의 인생역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레이 찰스의 목소리로,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로 관객에게 노래한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은 레이 찰스의 음악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마약에 찌들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으며 오직 음악에만 모든 것을 바쳐온 그의 삶에 대한 평가는 내릴 수 없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멋진 음악들은 너무도 값진 것이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릴 적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레이 찰스는 그 뒤 1년 후 시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신체의 장애를 가지더라도 마음의 장애를 가지면 안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레이 찰스는 오직 음악에만 열중하며 장애를 극복해 나간다. 시력을 잃은 대신 멀리 창 밖의 벌새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청각을 얻게 된 그는 타고난 음색과 뛰어난 피아노 연주실력으로 인기를 얻으며 블루스밴드와 함께 미국 전역을 방랑한다. 평생 블루스와 가스펠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레이 찰스는 소울과 가스펠을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후에는 컨트리 팝, 재즈, 리듬 앤 블루스 등 모든 음악분야를 그만의 음악으로 편입시킨다.

 

레이 찰스의 모든 음악에는 인생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이 소울과 가스펠을 접목시킨 음악은 일종의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하자 "난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을 노래한 거야,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 지를.. 어떻게 그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있지? 말해봐 우리보다 더 자연스러운 게 뭔지를..."라며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서 표현한다. 또한 불륜으로 인해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을 때 ‘Hit The Road Jack’을 부르며 분노조차 노래로서 표현해내는 장면은 과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기쁨과 아픔, 사랑과 이별 등 험난한 삶의 모든 순간을 음악에 담음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흥에 겨워 어깨와 발을 절로 움직이게 하는 매직도 보인다.

 

관객에게 레이 찰스의 대표 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레이 찰스가 생전에 직접 영화작업에 참여하여 삽입된 노래들을 직접 녹음했다는 것이다. 레이 찰스의 음색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어 대신 할 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77회 아카데미에서 오스카를 거머쥔 배우 제이미 폭스의 신들린 연기는 마치 레이 찰스가 환생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시각장애인인 레이 찰스를 완벽하게 연기해내기 위해 제이미 폭스는 영화 촬영 내내 하루 12시간을 인공 눈꺼풀을 이용해 앞을 가린 채 임해 자신의 의상이나 세트 등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레이 찰스의 노래와 완벽한 립싱크로 마무리된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그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

 

레이 찰스의 위대한 음악을 종합선물세트로 들을 수 있도록 이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에게 감사하며 영화가 끝나자 마자 내 손에 OST를 사게 만든 최초의 영화, 그리고 일주일 내내 레이 찰스의 음악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든지 나와 같은 레이 찰스의 영혼을 울리는 음색의 중독성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암흑 속에서 자신만의 빛인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친 천재 아티스트 레이 찰스는 작년에 세상을 떠나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그였기에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영화를 통해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 위대한 아티스트 레이 찰스의 명복을 빈다.

 

이영주 cavatin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