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지났다. 아이들은 돈 쓸 궁리에 마음이 한창 들뜨기 쉬운 때다.



명절 때 일가친척들이 건넨 용돈으로 아이들의 주머니가 제법 두둑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마침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추석 용돈을 겨냥한 '포스트 추석' 이벤트가 한창이다. 모처럼 큰돈이 생겼다고 해서 계획 없이 써 버리다가는 금세 바닥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쓰는 즐거움'보다 '저축하는 기쁨'을 가르치는 계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추석 용돈을 투자 재원으로 삼아 '우리아이 부자 만들기'의 첫 발을 떼 보자.



몇만원의 용돈도 차곡차곡 모이면 훌륭한 종자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용돈 관리 습관을 배운다면 금상첨화. 스스로 관리하고 불려 나가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 만으로도 자녀들의 '미래 부자 지수'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자녀용돈 5만원, 30년 쌓으면 1억



재테크 카페 '떼굴떼굴 돈 굴리기'(cafe.daum.net/imac525)의 운영자 문성민 씨는 13살 때 명절에 받은 용돈으로 당시 서울신탁은행 주식 20주를 샀다.



매수, 매도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만들어준 증권 계좌로 인해 재테크 인생이 시작된 것. 이듬해 아버지는 아들 곁을 떠났지만, 금융교육은 문씨가 20대에 자산 10억원의 신화를 일궈내는 밑거름이 됐다.



이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흔히 명절 때 받은 용돈 몇만원이나 생일선물로 자녀에게 주식형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했다고 하면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큰돈을 모아?"하고 코웃음을 칠 수 있지만 사실 무심코 써버리기 쉬운 용돈을 잘 활용했을 때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명절 때 받은 용돈으로 계좌를 만든 뒤 '자녀 종자돈 만들기'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명절 용돈과 더불어 매월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적립할 수 있도록 한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정말 단돈 몇만원으로 '내 아이 부자 만들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우리아이 종자돈 1억 만들기>(위즈덤 하우스 펴냄)이란 책에는 단돈 몇만원의 용돈을 이용한 '1억 만들기'가 결코 환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임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2007년 12월에 엄마가 된 직장인 최은경(30) 씨는 아이를 위해 펀드에 가입하려고 한다. 아기가 0세일때 가입해서 군대까지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인 27세 때 1억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도록 종자돈을 준비해주기 위해서다.



과연 1억원을 만들려면 매월 얼마를 부으면 될까.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예상한다면 한달에 단돈 6만원(6만262원)이면 된다. 15%의 수익률을 가정한다면 약 2만원(2만2457원) 정도만 꾸준히 적립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1억원이라는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자녀의 종자돈 만들기 프로젝트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우리아이 종자돈 1억 만들기>의 공동 저자인 홍혜영 씨는 "투자 기간이 짧아질수록 적립금은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자녀를 위한 투자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투자기간이 5년만 더 늘어나도 월 납입액은 절반 수준으로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 눈앞 수익률 연연 말고 장기투자 해야



흔히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자녀들의 경우 당장 쓸 돈이 많은 어른들과 달리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간의 시간을 '무기'로 한 자녀를 위한 재테크 상품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어린이 금융상품 하면 어린이적금이나 어린이저축 등이 꼽혔지만 최근에는 펀드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의 종자돈만큼은 절대 원금이 지켜져야 한다'는 부모라면 어린이적금과 같은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알맞다.



그러나 확정금리형 상품은 앞으로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이 미미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따라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자녀 금융상품은 저축상품보다는 투자상품이 권유되는 추세다.



어린이펀드는 자녀 명의로 장기 상품이라는 면에서 대표적인 자녀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펀드는 운용 면에서는 일반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운용 보수가 비교적 저렴하고, 어린이경제교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 명의로 가입하면 자녀가 만 19세가 될 때까지는 1500만원의 증여세 면제혜택도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어린이펀드(순자산 200억원 이상)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펀드' ▲SH자산운용의 'Tops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주식펀드' ▲NH-CA운용의 '아이사랑펀드' ▲KB자산운용의 'KB캥거루적립식주식펀드'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쥬니어네이버적립식주식펀드' ▲하나UBS자산운용의 'i-사랑적립식혼합펀드' 등이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이들 어린이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요동치는 증시의 여파로 대부분 마이너스 10% 안팎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수익률의 연연할 필요는 없다.



금융전문가들은 때로는 손실을 경험하는 것도 투자의 좋은 공부라고 조언한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참고 견뎌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공성율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단기간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적어도 3~5년 이상 투자하면 상당부분 위험이 줄어들고 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