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연초 온스당(28.3g) 1000달러선이던 금값은 6월 말 1266.5달러(약 155만원)로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금 1돈(3.75g)은 소매로 20만원을 웃도는 등 그야말로 '황금시대'다.
7월 들어서도 금값은 다시 불어닥친 경기 둔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당분간 계속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값 강세가 이어질 경우 주목할 업종이 있다. 금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보험과 은행업이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시장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업종이나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금값 상승과 인플레이션
금값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 시세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크 아버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수석기술전략가는 "향후 몇개월 간 금값은 온스당 1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이후에는 1500달러 이상까지 갈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마크 루시니 몽고메리 스캇의 최고 투자자도 "1980년대 초 금은 온스당 850달러선에서 거래됐고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반영하면 850달러는 현재 2300달러 정도"라며 "금값의 추가 상승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물가상승'때문에 금값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경기 하락을 막아낸 여파가 물가상승으로 나타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머징시장부터 확산될 것이라는 논리다. 즉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록 금값은 떨어질 근거를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이면 금 가격은 올라간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상승은 미국 경제여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 밖,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시장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여전히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저금리 기조로 일관하는 선진국과 달리 이머징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며 통화 회수에 주력했다. 호주는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대만도 경제위기 이후 2년만인 지난 6월25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도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논의가 가열되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의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인상은 아니지만 지난 6월24일에는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기준금리보다도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총액한도대출을 기존 10조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이 같은 조치가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머지않았음을 예견한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채권형펀드에서는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 최근 1조43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오름세를 보이는 등 금리인상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금값'과 금리, 그리고 보험주
금리인상 시 수혜를 보는 업종 가운데 하나는 보험주다. 이와 함께 은행주도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주로 지목된다.
유주형 연구원은 "금리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이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선순환 여건이 마련됐다는 신호로 악재보다는 호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시기에 선제적인 투자전략으로는 보험과 은행주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금리상승이 투자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의 부작용으로 야기된 역마진 손실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기업가치 높일 수 있다.
박세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은 금리가 기업이익의 매개가 되는 업종으로 금리상승기에는 보험업을 최우선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4번의 금리상승기에 금융업종 내에서 보험이 주가 수익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은행업은 금리인상 시 대출 금리의 상승 속도에 비해 예금금리의 오름세가 늦기 때문에 예대마진(NIM)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은행업종은 인수합병(M&A)과 건설사를 비롯한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 다른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은행의 예대마진은 기대한 만큼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높아지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폭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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