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소비강국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답게 물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 도시가 사막 한가운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호텔마다 인공분수나 인공호수가 즐비하고 골프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가정집에는 잔디밭에 스프링클러가 팽팽 돌아간다. 그러다 주민이 늘고 가뭄이 들면서 라스베가스에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시 정부는 물 공급 체계 및 소비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벌였다.
 
그 결과 라스베가스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가 거의 70만명이 늘었지만 1인당 물 사용량을 31%나 감소시키고, 전체 물 사용량은 20년 전 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었다. 물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치수(治水)의 묘(妙)를 <거대한 갈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작 <월마트 이펙트>를 통해 월마트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및 소비생활에 끼친 영향을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치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한 바 있는 찰스 피시먼(Charles Fishman)이 이번에는 물에 관해 샅샅이 들여다본다.
 

 
물의 활용도를 비즈니스분야에서 살펴보면 가장 일차원적인 상품은 생수다. 생수가 등장한 계기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건강 증진이나 질병치료를 위한 약수(藥水)처럼 기능성 제품으로 탄생한 경우가 있고, 남들과 다른 물을 마신다는 지위를 과시하고자 한 욕구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에야 정식으로 생수 판매가 허용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전에도 생수가 있었다. 미군부대를 포함한 외국인들에게만 판매가 허용된 생수를 일부 한국가정에서도 받아 마셨다고 한다. 생수는 일반 수돗물보다 안전하다는 기능적 혜택과 외국산 제품을 소비한다는 느낌을 주는 정서적인 혜택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생수는 제조사 및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제품 중 하나다. 이 책에는 고급 생수 ‘피지워터(Fiji Water)' 얘기가 상당 부분 나온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 날 저녁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피지워터를 마시는 사진이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선거가 종료된 직후 이제 막 미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오바마의 이미지를 ‘젊은 대통령’으로 굳히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생수로서 피지워터의 브랜드파워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그 사진이 기여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피지워터의 본고장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의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안정되고 믿을만한 식수를 먹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해산물이나 인삼과 같은 특수농산품 중 최상품은 일본으로 수출했던 과거 우리나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담배나 술과 같은 기호품도 아니고 생존의 필수 요소인 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전 세계가 긴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 글로벌 경제체제와 관련하여 이 책이 물이라는 키워드로 던져주고 있는 생각할 거리 중 하나다.
 
물에 대한 ‘무지’보다는 ‘무시’를 깨고자 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이전 저서인 <월마트 이펙트>에서도 그랬듯 물뿐만이 아니라 무시되는 것들에 대한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물에 관한 상세한 통계 및 자료와 그에 바탕을 둔 치밀한 논거와 주석은 이 책을 그저 물 자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볍게 읽기보다는 진중하게 읽게끔 한다. 발로 뛰며 얻은 방대한 자료와 체계에 맞춰 꼼꼼하고 성실하게 붙인 주석은 저자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듯하다.
 
물을 소재로 한 갈등은 실로 다양하고 그 문제양상 또한 골이 깊다. 경제성과 도덕성의 문제, 대도시와 농촌 간 갈등,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극심한 차이 등 이 책에서 물을 중심으로 다룬 테마들은 사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한번쯤 대두되었음 직한 것들이다.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가치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미덕이다.
 
찰스 피시먼 지음 / 생각연구소 펴냄 / 2만원

자료: 교보문고 북모닝CEO www.bmce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