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실·진영 남매가 잠들어있는 갑산공원묘원에 경매를 진행했던 동양파이낸셜대부주식회사가 28일 법원에 경매취하서를 제출했다. 26일 본지 보도로 경매 진행이 알려지자 갑산공원 측이 여론을 의식해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채권자인 동양파이낸셜대부주식회사는 재단법인 갑산공원에 대한 경매신청을 취하했다. 10월17일 3차 매각을 앞두고서다.


경매취하에 이유에 대해 동양파이낸셜 관계자는 "갑산공원이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경매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다"면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하게 됐다"고 답했다. 동양파이낸셜은 동양그룹의 대부업 계열사다.

동양파이낸셜이 경매를 포기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갑산공원에 대한 채권 회수가 가능한 상황인데다 대부업체 특성상 채권 추심을 포기하는 것이 흔치 않아서다. 게다가 동양파이낸셜은 이미 두 차례나 경매를 진행해왔다. 이 회사가 갑산공원에 청구한 금액은 1억3650만원이다.

 

                




◆잔여 채권자, 수분양권자 등 불씨 여전


갑산공원 입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끈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재단 관계자 상당수가 사기분양을 이유로 구속된데다 액수가 큰 채권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원 관계자 4명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7월 구속됐으며 등기부등본상에 기재된 갑산공원의 채무액은 31억9200만원 가량이다.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타인 소유의 임야 7550㎡에 불법으로 묘지 188기를 조성한 뒤 고 최진실 씨의 명성을 이용해 묘지 1기(6평 규모)당 1500만~3000만원에 분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168명으로부터 42억원2800만원을 챙긴 혐의다. 불법 분양으로 관련자가 구속되는 등 사업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공원묘원이 경매로 나온 것이다.

단순히 갑산공원의 채무액이나 감정평가액(39억4313만6000원)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 기에 수백만원을 주고 분묘를 구입한 수분양자의 분묘 소유권이 큰 짐이다.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수분양자는 추가로 분묘운영비를 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소유권이 바뀌면 운영주체가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계약이 불가피하다. 이때 수분양자가 갑산공원 측에 선납한 묘지관리비용이 인정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원이 2005년 작성한 장묘 유형별 비용 비교 및 거래 실태 조사요약에 따르면 3평 기준 갑산공원묘원의 구입초기비용은 사용료 240만원, 5년선납관리비 23만6450원, 석물비(3단) 145만원, 봉분비용 30만원 등 총 438만6450만원이다. 30년간 유지비용을 합하면 556만8700원이다.

 

 

 




◆경매 여부놓고 갑론을박

갑산공원 측은 재단법인 소유의 토지라는 이유로 경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갑산공원은 언론의 추가 취재에 대해 '경매 진행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경매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경매될 수 없다는 의미였다"며 "경매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어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물건의 경매를 진행해 온 여주지원 관계자는 "재단법인이 경매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경매 성립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개시결정이 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자가 경매취하서를 제출한 만큼 이번 사건은 일단락되겠지만 다른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다면 또 다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유권을 이전받은 낙찰자가 재단법인 소유의 토지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공익성을 담보로 하는 법인의 특수성때문에 설립 목적을 유지하는 데 허가의 초점이 맞춰진다. 취득 허가권자인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채권자는 경매를 신청한다 할지라도 재단법인이 기본재산처분이나 정관변경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낙찰자에게 허가를 내 줄수 없다"면서 "사실상 경매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해석했다.

다만 경매 진행 자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낙찰자가 채무자와 승계를 조건으로 합의를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기도청의 입장이다. 파산법에 따르면 재단법인의 재산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유사한 목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우옥션 박갑현 이사는 "학교, 사회복지, 의료, 종교, 공익 등 특수법인 재산은 물건 특성상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격이 제한되지만 같은 목적으로 운영하는 등 요건을 갖췄다면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가 경매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운데 갑산공원 측은 회생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갑산공원 홍 아무개 이사는 "이사장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편 양천군청과 협의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 최진실 씨의 묘역은 사실상 이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묘역이 불법으로 조성된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9월 말까지 허가면적 추가조성에 대한 서류준비를 제출하기로 하고 불법으로 조성한 묘역을 내년 3월 말까지 이장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