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⑩조폭 잡던 KB SIU팀장 "보험사기, 청소년 가담 늘어… 특단조치 필요"
형사 출신 SIU 조사팀장… 전문화한 보험범죄 대응 시스템에 매료
"보험사기 막기 위한 예방·교육 활동도 충분히 이뤄져야"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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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브로커와 조직폭력배, 의료인, 보험설계사까지. 갈수록 조직화·전문화하는 보험사기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계청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 2272만8163가구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2227만3599가구가 보험에 가입했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보험사기 소식에 국민 대다수가 치를 떠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물론 경찰까지 공조해 보험사기 근절에 나섰지만 사기범죄도 진화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연간 적발인원만 11만명에 육박하는 보험사기. 그로 인해 새나가는 보험금만 1조여원. 과연 뿌리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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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상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보험사기를 공모하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기 모집책이 청소년이나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보험사기를 제안하고 모집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등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달 21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KB손해보험 본사에서 만난 이건국 KB손보 SIU(보험사기조사센터) 조사팀장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넘쳐흘렀다.
이 팀장은 경기지방경찰청(현 경기남부경찰청) 폭력계·광역수사대에서 조직폭력 전담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 출신의 SIU 조사팀장이다.
그가 KB손보와 연을 맺은 것은 2010년 1월13일이다.
2008년 광역수사대 형사로 근무하던 이 팀장은 조직폭력배들이 조직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량전문 절도범들과 결탁해 동남아 등지에 훔친 차량 등을 밀수출하는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적인 모방 범죄로 확대돼 경찰청과 손해보험업계 차원에서 2년여 동안 전담수사를 했고 이 팀장도 보험사에 먼저 입사했던 전직 경찰 선배들과 협업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 때 수사기관 못지 않은 LIG손보(현 KB손보)의 전문화한 보험범죄 대응 시스템에 매료된 이 팀장은 보험사기를 좀 더 전문적으로 적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특히 자동차 보험사기 부문이 점차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적극적으로 적발하면서 전체 보험사기 절감에 기여해야겠다는 결심에 KB손보 자동차SIU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 팀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보험금을 노린 강력범죄가 크게 늘어났고 이를 소탕하기 위해선 보험사에 입사해 보험 분야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입사 후 보험의 안전망을 지켜내고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KB손보 SIU부서는 장기SIU부, 자동차SIU부, 장기전문조사센터, 자동차전문조사센터 등 4개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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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는 SIU부서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수사기관 10년 이상 근무경력 갖춘 베테랑 전직 경찰 조사팀장과 의료심사자, 데이터 추출 및 분석 스탭 등으로 구성했다.
KB손보 SIU부서는 매년 400건 이상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다.
이 팀장이 그동안 적발한 보험사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난해 말 겪은 외제차 보험금 과다청구 사건이다.
2024년 12월 경기도 시흥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새벽시간대 4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마세라티 외제차를 운전하려다가 기어 레버조작 실수로 전방에 가로등을 충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보험사에 단독사고라고 알리며 차량가액을 훨씬 넘는 수리비가 나와 폐차해야 한다면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에 이 팀장과 경찰은 A씨의 음주·약물 운전 여부와 실제 운전자인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A씨는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사전에 제거해 은닉하는 등 시종일관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 팀장과 경찰은 EDR(사고기록장치)를 통해 사고 상황을 재현했고 A씨의 진술과 실제 사고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팀장은 "'한번 형사는 영원한 형사일 수밖에 없다'는 한 선배의 말일 떠올랐던 사건이었다"며 "자칫하다간 아무 의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사건이 보험사기 사건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의미 있었던 사례"라고 전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보험사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 팀장은 지능화, 조직화, 전문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팀장은 "같은 배달업체의 배달기사들이나 동일한 대리운전업체 종사자들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집단 가담하였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며 "아울러 온라인상에서 급전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르는 사람끼리 보험사기를 공모하거나 점조직화된 조직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후 저지르는 보험사기도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 "보험사기 줄이기 위해선 인식 개선 필요"
이 팀장은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선 성숙한 시민의식 회복과 보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차체에 흠집 정도만 생긴 매우 경미한 접촉사고일지라도 교통사고라고 하면 합의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식돼 상해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의료기관을 찾아가고 의료인들은 이에 편승해 진료비만 챙기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국민 모두가 큰 틀에서 '이건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범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선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팀장은 "보험사기는 국민전체의 금전적 손실을 가중시키는 범사회적 범죄지만 보험사기의 특성상 확증적 증거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사기관에서부터 재판부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자백에 의존하거나 수사관 개인 또는 재판부의 들쭉날쭉한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에 비교적 전문가 영역에 해당하는 보험사기 분야에서 일정한 권한을 주고 증거 수집 등의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험사 SIU에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팀장은 "최근 당근앱에서 오픈기념 무료세차를 해주겠다며 차주로부터 직접 차량을 인도받은 뒤 차주 몰래 국외로 차량을 밀수출하려던 범죄가 유행처럼 기승을 부렸다. 이 때 KB손보에서는 모든 고객들을 상대로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알림톡 문자를 보내 차량절도범죄가 현격히 줄어든 적이 있었다"며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에만 그칠게 아니라 예방교육, 홍보를 통해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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