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⑫"14일간 매일 8시간 병간호?" 간병인보험 사기꾼 잡는 롯데손보
[당신의 돈은 안녕하십니까-믿었던 보험설계사, 알고보니 사기꾼]
롯데손보, 'AI 탐정' 영입으로 간병인보험사기 적발
정밀 분석으로 지난달 계약 해지 78건, 4000만원 환수
유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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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브로커와 조직폭력배, 의료인, 보험설계사까지. 갈수록 조직화·전문화하는 보험사기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계청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 2272만8163가구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2227만3599가구가 보험에 가입했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보험사기 소식에 국민 대다수가 치를 떠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물론 경찰까지 공조해 보험사기 근절에 나섰지만 사기범죄도 진화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연간 적발인원만 11만명에 육박하는 보험사기. 그로 인해 새나가는 보험금만 1조여원. 과연 뿌리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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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 A씨(52). 2024년 12월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간병인보험에 가입한 후 90일 이상의 면책기간(보험 계약 체결 후 보장이 불가능한 기간)을 거치면 병원에 입원한 뒤 간병인을 쓰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B씨는 보험사에서 간병인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사를 하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점을 알고 A씨에게 간병인보험 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B씨의 말을 듣자마자 6개의 간병인보험에 중복 가입한 A씨.
이후 6개월이 지난 2025년 6월 B씨는 A씨에게 "이제 보험금을 청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코로나19를 명목으로 올해 6월1일부터 15일까지 14일 동안 입원했다. 해당 기간 A씨는 매일 8시간씩 병간호를 받았다는 허위 서류를 작성, 6개 간병인보험에 총 14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손해보험의 AI(인공지능) 탐지 시스템이 이상징후를 포착했다. 롯데손보 AI 탐지 시스템은 보험설계사 B씨를 통한 계약과 보험금 청구수법이 A씨 외에도 수십 개가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AI 탐지 시스템은 B씨의 지난 6개월간 계약을 일제히 분석해 특정 병명과 유사 진단명 등 공통된 패턴의 데이터를 발견, 이를 기반으로 정밀 분석 및 현장 조사에 나섰다.
'AI 탐정'의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A씨는 입원기간 중에도 병원이 아닌 건설 현장에서 계속 근무했으며 실제로는 간병인의 돌봄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병원 측에서도 간단한 입원 절차만 진행한 뒤 조기 퇴원할 수 있도록 협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AI 탐지 시스템은 B씨의 계약자 중 A씨와 같은 사례를 50건 이상 발견했다. 현재 롯데손보는 A씨와 B씨를 포함해 50명 이상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롯데손보가 AI를 통해 최근 보험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간병인보험 사기 적발을 강화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손보는 AI 탐지 시스템을 통해 간병인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건에 대한 정밀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해 관련 계약 78건을 해지하고 4000만원의 보험금을 환수했다. 이는 롯데손보가 올해 1월부터 간병인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적발건수다.
이처럼 롯데손보가 간병인보험사기를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AI 탐지 시스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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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탐지 시스템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모집인, 병원, 간병업체 등 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단순히 보험금 청구액이 많거나 빈도가 잦은 건뿐만이 아니라 범행 일당 간의 관계와 특이 행동 패턴 등을 같이 파악한다. 이를 통해 장기보험 특성상 단순 통계 분석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조직적인 사기 행태도 발견할 수 있다. 보험계약이 체결된 순간부터 보험금이 청구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정밀 분석한다.
해당 과정을 거쳐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선발하면 SIU가 직접 현장 조사를 실시해 보험사기 여부를 확인한다. 앞선 A씨의 사례 역시 AI 탐지 시스템을 통해 모집인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SIU가 현장을 찾아 사기행각을 적발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간병인보험사기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SIU의 조사 노하우와 AI 기술을 접목한 장기보험 탐지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현재 AI 모델 성능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도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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