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어닝시즌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이미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도 닿지 못할 만큼 부진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우울한 어닝시즌일수록 '깜짝실적'을 낸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가 부진한 시기에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종목의 수익률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깜짝실적株' 수익률, 어닝쇼크 종목 압도
주식시장에서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의 주가는 실적발표 후 상승하고 어닝쇼크 종목은 하락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어닝서프라이즈 종목들은 201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분기 실적 발표일 전후 30거래일 동안 어닝쇼크 종목들보다 우월한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들의 이익증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때 어닝쇼크 종목 대비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의 수익률이 더욱 높았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어닝서프라이즈 종목들은 총 9번의 분기에 어닝쇼크 종목보다 모두 우월한 성과를 냈고 7번은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했다"며 "시장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이 부진했던 2010년 3분기와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에는 어닝쇼크 종목의 성과를 큰폭으로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당일의 주가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2010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발표 30거래일 후 105.2, 어닝쇼크 기업은 96.8을 기록했다. 시장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1%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 외의 분기에는 두 그룹간 차이가 5포인트 미만이었다.
강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이익 증가율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깜짝실적'을 내놓는 기업들의 숫자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실적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했을 때 뿐 아니라 실적을 확인한 후 투자해도 초과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공 영업이익, 예상치 88% 상회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곳은 47개사다. 이중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예상 실적을 초과한 기업은 17개사였고 30개사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대한항공은 시장의 예상을 가장 크게 웃돈 실적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증권사 추정치인 682억3200만원보다 88.3% 많은 1284억8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며 "역사상 가장 높은 유가와 계절적 비수기, 화물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악조건에서 이뤄낸 호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세는 3분기 이후 더욱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2분기에 사상 최고점을 찍은 단위원가(Unit cost)가 3분기부터 빠르게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단위원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분기이익 발표 때마다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고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단위원가는 총비용을 수송량으로 나눈 값이다.
삼성물산은 시장 예상치보다 62.5% 높은 3224억5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카드와 대우인터내셔널, 제일기획의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보다 각각 20~30% 이상 높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증권사 예상치인 644억51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228억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성제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의 PC수요 약세와 소비자용 USB, 카드(card)의 수요 약세가 NAND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메모리 시황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3분기를 저점으로 반등이 예상돼 중기적 관점에서 매수에 나서는 것은 고려해 볼만한 전략이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D램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고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보유한 태블릿PC용 메모리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로는 트레이딩, 중기적 관점에서는 저점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LG이노텍과 금호석유의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보다 각각 44.86%, 44.08% 낮았다. 와이솔, 락앤락, POSCO의 실적은 각각 20% 이상 추정치를 밑돌았다.
◆컴투스, 2개월 새 이익 전망치 73% 상향
컴투스는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중 최근 2개월간 이익 전망치가 가장 많이 상향됐다. 증권사들은 컴투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26억1700만원에서 45억3200만원으로 73.18% 올려 잡았다. 컴투스는 2분기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보유한 컴투스는 신규게임 개발을 위해 지난해 대규모로 투자한 성과가 최근 가시화되면서 올해 2분기부터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신규 게임들의 성공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인 '타이니팜', '프로야구 2012'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 기준 최고 매출 순위에서 각각 2위와 4위에 올라있다. '매직트리', '더비데이즈' 등도 매출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반대로 한국전력은 적자폭이 기존 추정치보다 두배 이상 확대 조정됐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더딘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신민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실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늦어지면서
이번달에 전기요금을 5% 인상해도 올해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0% 요금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과 위메이드, LG유플러스, 동국제강, 현대산업 등도 각각 영업이익 추정치가 50~90% 이상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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