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채권형펀드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수익률은 물론이고 자금유입면에서도 주식형펀드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둔화 등으로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채권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채권형펀드의 강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제·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채권형펀드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펀드, 수익률·자금유입 '두각'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펀드와 국내채권형펀드 수익률(8월9일 기준)은 각각 8.64%, 3.93%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주식형펀드(2.68%)와 해외주식형펀드(-7.05%)를 앞서는 수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보면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해외채권형펀드와 국내채권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6.83%, 5.94%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1.14%)와 해외주식형펀드(-7.90%)는 마이너스 성과를 냈다.

'AB이머징마켓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lassA'는 연초이후 15%의 수익률로 해외채권형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A'와 '피델리티이머징마켓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 '피델리티이머징마켓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e)'는 각각 14% 넘는 성과로 뒤를 이었다.

국내채권형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우리KOSEF10년국고채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으로, 7.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우리코리아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채권]C 1'(5.98%), '미래에셋퇴직플랜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종류C'(5.69%) 순이었다.

자금유입면에서도 채권형펀드가 주식형펀드를 크게 앞섰다.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펀드와 국내채권형펀드 설정액은 각각 5728억원, 8556억원 증가한 반면 국내주식형펀드는 14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해외채권형펀드인 '미래에셋법인전용글로벌다이나믹분기배당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에는 7607억원이 들어왔고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에는 1064억원이 유입됐다.

국내채권형인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1(채권)'과 '프랭클린템플턴베스트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는 각각 2834억원, 1255억원이 흘러들었다.

◆랩어카운트 등 관련 상품 출시 잇따라

채권형펀드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앞세워 자금몰이를 하면서 금융투자회사들은 다양한 채권형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은 지난달 신용등급이 다양한 유럽채권에 투자하는 'AB유럽인컴채권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유로화나 유럽국가 통화로 표시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자산의 절반 이상은 국채나 정부채 등 투자적격등급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유럽 신흥국 채권과 회사채 등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한다.

우리자산운용은 글로벌 국공채와 하이일드·이머징 투자등급 회사채 등 해외채권형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우리글로벌채권플러스펀드'를 출시했다.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랩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선보인 '아임유(I'M YOU)랩-채권펀드'는 채권 섹터별 시황분석을 통해 자산배분 비율을 설정, 국내 채권 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투자처에 능동적으로 자산을 배분, 이자수입 및 자본차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중장기 전망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선진국 채권펀드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며 단기적 전망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하이일드채권펀드 및 이머징국가채권펀드 등에 일부 투자함으로써 시장상황에 따른 유연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호적 투자여건 당분간 지속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채권 투자에 대한 유리한 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과장은 "국내의 경우 금리인하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채권가격 상승과 함께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 추구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해외채권은 이머징 국채와 선진국 투기등급회사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환경이 예상돼 높은 금리 수준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금리 및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해외채권 및 해외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우리나라의 저금리 상황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해외채권형펀드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채권형펀드 투자는 국내 채권금리 대비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고 다양한 지역과 채권에 대한 분산투자가 가능해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헤지가 어려운 이머징 현지통화채권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시장 불안에 따른 성과 하락 위험이 높다.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할 때는 환율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헤지에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한다. 또 경기사이클에도 유의 할 필요가 있다.
 
박 과장은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할 때는 금리보다 경기사이클을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이머징채권과 하이일드채권은 금리인상보다 경기사이클 호조에 따라 초과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채권펀드 투자 시에는 금리인상에 따른 성과 하락에 유의해야 한다. 듀레이션이 긴 상품에 투자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듀레이션이란 투자된 원금이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은 해외채권 중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자금의 지속적인 투자 흐름과 미국 기업의 높은 현금보유, 이익성장 등을 고려할 때 높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물가연동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물가연동국채는 원금과 이자지급액을 물가변동에 따라 결정하는 채권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금리가 움직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