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8월16일 인천공항공사 회의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인천공항의 급유시설 운영권 입찰 강행을 비판하기 위해 공사의 이채욱 사장을 항의 방문했다. 앞서 14일 인천공항공사가 전자입찰 홈페이지에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운영사업자 선정' 공고를 게재한지 이틀 만이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이후 최고의 '무더위'를 맞았다. 인천국제공항 내 급유시설의 민간임대 강행을 놓고 매머드급 후폭풍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장은 지난 5월 '공항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공항상'(국제공항협의회 주관) 7연패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은 지 얼마되지 않았고, 오는 9월 취임 4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의 경영이력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가는 급유시설의 민간임대 강행은 이미 인천공항공사의 민간화를 염두에 둔 '선조치'라는 해석이 짙어지면서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11년 민자 운영, 공익사업 또 민간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항공사에 항공유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매년 60억~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알짜배기 민자사업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지분율 61.5%)을 비롯해 인천공항공사(34.0%), GS(4.5%) 등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인천공항급유시설㈜이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정부에 급유시설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운영권을 부여받아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급유시설을 운영했고 지난 8월13일 민자사업기간이 종료됐다.
그러나 민자로 건설돼 국가에 기부채납된 이 시설을 인천공항공사가 인수는 하되 1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운영권을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특히 이번 방침은 '공사측이 대한항공을 염두에 둔 특혜'라는 의혹을 한층 키웠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4일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입찰가격은 최저가 208억248만6000원(평균 매출 251억원의 82.8% 수준)으로,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 운영기간은 기본계약 3년에 추가로 2년 연장할 수 있어 총 5년이다.
공사측은 "항공유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급유시설을 유지·관리 또는 운영한 실적이 있는 법인' 등의 입찰 참가자격을 확정하는 입찰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특혜 시비…한진에 몰아준다?
하지만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입찰절차일 뿐 특정기업 밀어주기에 불과한 '특혜'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윤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공기업 선진화 미명하에 알짜배기 흑자사업을 특정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발끈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 역시 "아무리 공공성 확보방안을 내세워도 수익창출이 목표인 민간기업은 공사보다 공공성을 우선하지 않는다"며 "급유시설의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인천공항공사가 직영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 사장을 압박했다.
재계도 인천공항공사가 급유시설을 포함한 확장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자에 특혜를 꾸준히 제공해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 입찰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급유시설의 민자사업 종료 시 직영에 대비해 지난 2008년 예산 314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2단계 사업인 탑승동 급유배관(21㎞)만 해도 사업자에게 사용료를 낮게 산정해 사실상 특혜를 제공해왔다"며 "그것도 모자라 이번 입찰마저 2단계 시설사용료를 낮게 책정해 입찰을 발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천공항공사가 300억원을 투입한 3단계 항공유 저장탱크(2013년 준공 예정)의 사용료 역시 이번 입찰(안내서)에서 제시되지 않아 급유시설 전반에 대한 사업자 특혜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로부터 급유시설의 처분용역을 의뢰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앞서 "급유시설은 공공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소유와 운영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이와 관련 "시설 소유권은 공사가 갖고 5년간 민간사업자에 임대하는 만큼 민영화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입찰 강행에 대해서도 "입찰을 더 이상 진행하지 말라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여야의 합의안 도출이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사 "시설소유권 있어 민영화 아니다"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급유시설 민간 운영의 최대수혜로 꼽히는 한진그룹에 대한 시선도 곱지는 않다. 이번 16개의 입찰 참가자격 회사 중 2곳이 한진그룹 계열사이며, 이 회사들은 다른 입찰 참가자격 회사보다 항공 급유시설을 운영해 본 경험면에서 한층 유리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선 한진그룹을 입찰에서 제외하라는 요구가 일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국회의 그같은 요구를 무시한 채 2곳의 한진그룹 계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도 특혜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공사 측은 "경쟁 입찰의 취지상 특정 업체를 배제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특정 업체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다음달 4일까지 입찰참가 등록을 받아 민간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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