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17개 생보사 중 카드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곳은 대한생명과 교보생명, 푸르덴셜생명, ING생명, PCA생명 등 7개사다. 그러나 나머지 생보사도 카드결제에 적극적이지 않다. 삼성생명은 순수 보장성보험만 카드결제를 허용하는데 이마저도 삼성카드만 받고 있다. 카드결제비율은 전체보험료 중 5%도 채 안된다. 다른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콜센터나 TV 홈쇼핑 등 일부 보험상품에만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연금이나 저축보험은 아예 거부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보험료 카드납부를 거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수수료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를 낼 때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은 3%다. 만약 1조원의 수입보험료가 생겼다면 통상 300억원이 수수료로 지급되는 셈이다. 또 연금과 저축보험은 이자를 지급하는데 이를 '외상'으로 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저축보험과 연금저축은 성격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 등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카드결제를 허용하면 고객이 빚을 내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론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만약 카드결제를 허용해 별도의 수수료가 지급된다면 이는 결국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통상 생보사들은 고객이 계좌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보험료를 1% 할인해주는데 만약 앞으로 2~3%의 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면 할인뿐 아니라 다른 부가서비스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모든 상품에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주력상품인 자동차보험은 고객이 유선으로 카드번호만 불러주면 계약이 성사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카드결제를 독려한 데다 각사별로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제 편의성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이후 장기보장성보험 및 연금보험 등에도 자연스럽게 카드 결제를 허용하게 됐다. 손보업계가 매년 자동차보험 카드 결제수수료로 카드사에 지불하는 금액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각사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용이 오히려 좋은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자동차보험의 경우 특정 카드를 사용하면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적립, 자동차 소모품 무료 이용 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어 고객과 보험사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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