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정부 입김에 좌지우지 된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역시 새 정권에 맞는 인사로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낙하산 인사논란을 빚은 'MB맨' 인사들은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성과 탕평인사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박 정권의 경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금융권 수장을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금융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 무조건 칼날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악재 등으로 가뜩이나 금융시장 자체가 어려운데 잇단 금융권 수장 교체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MB맨으로 분류된 금융권 수장으로는 강만수 KDB금융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꼽힌다. 이중 어윤대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 강만수 회장과 이팔성 회장 임기는 2014년 3월까지다. 신동규 회장의 임기는 2014년 6월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과 탕평인사 원칙을 중시 여기는 박근혜 정권이 MB맨으로 분류된 인사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은행권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읽고 선 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 무관하게 버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규 회장을 제외한 세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금융권에 메스를 들기 전에 임기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권이 금융권 수장보다는 다른 현안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상태"라며 "특히 금융권의 주주총회가 대부분 3월에 개최되는 만큼 일찍부터 (금융권 수장의) 교체 바람이 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새 정권 부담 덜어주겠다… 줄줄이 사퇴하는 수장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눈에 띄는 금융권 수장의 변화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겸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의 퇴진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김승유 이사장은 MB정권 시절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임기를 2년 남기고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김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김 이사장은 새 정부 이후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생활을 모두 정리했다. 다만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임기를 약 10개월 남기고 전격 퇴임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임식을 열어 묘한 대조를 보였다. 두 인사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퇴한 것은 새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칼날을 세우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는 의도다. 이밖에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최근 보건복지부를 통해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수장의 사퇴는 다른 금융수장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며 "아마도 앞으로 새 정권의 압력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인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뜨는 인물 누구?
 
박근혜 정권 출범으로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인물도 상당수 눈에 띈다. 특히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외풍'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정인맥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다. 이 전 행장은 현재 사모펀드(PEF)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67학번으로 박 당선인보다 선배다. 
 
지난 2011년 만들어진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 민유성 티스톤 회장 등과 함께 활동하는 등 서강대 출신 금융인맥의 핵심이다. 이 전 행장은 1998년 상업·한일은행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대한투신 사장을 거쳐 한빛은행장에 발탁됐으며 2004년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주목받고 있다. 54년생인 민 전 회장은 서강대 경영학과(74학번) 출신이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산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 모임인 '서강대금융인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도 눈길을 끈다.지난 17대 대선 당시 만들어진 서강대금융인회는 금융지주사와 은행, 증권, 자산운용,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는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말 출범한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은 직·간접적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 및 금융부문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회장과 민 전 회장 모두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의 고문을 맡고 있다.
 
현 정권과는 무관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주요 관심사다. 황 전 회장은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금융권을 떠난 이후 4년 만에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일종의 사외이사)로 컴백했다.
 
그는 과거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한 파생상품이 대거 부실해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집행정지 제재를 받은 후 쫓겨나듯 금융권을 떠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금융당국에 황 전 회장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이 법적으로 무죄를 입증 받은 만큼 현 정권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면서 "서강대 인맥과 황 전 회장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금융권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