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황사도 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건만 이게 웬걸, 뿌연 흙바람이 불어오면 창문을 꼭 닫고 맑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럴 땐 유리섬 박물관으로 떠나보자. 영롱한 빛을 발하는 유리작품의 판타지 속으로 빠져보는 거다.

◆한국의 무라노, 유리섬 박물관

유리를 차갑다고 했던가. 아니, 유리는 환상적이다. 투명하면서 알록달록하고, 그 매끄러움은 부드러움에서 나왔다. 깨지기 쉽다고들 하지만 고온을 견딘 강인함을 지녔고, 직선으로도 곡선으로도 자유롭게 변한다.


유리는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졌을까. 굳이 유리의 모든 것이 있다는 이태리 무라노섬까지 갈 필요도 없다. 가까운 안산 대부도에 유리섬 박물관이 있다. 전시장 안팎에 있는 모든 것들이 유리다. 입구부터 감탄하기는 이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환상의 나라로 한발씩 들어가 보는 거다.

그런데 전시장까지 한걸음에 갈 수가 없다. 조형물 앞에서 자꾸 멈추게 된다. 선 김에 기념 사진도 한장, 사진 찍은 김에 친구에게 자랑…. 바닷길을 따라선 '러브로드'다. 동서고금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한 장면씩을 재현해 놓은 유리작품이 자연스럽게 조각공원으로 길을 안내한다. 전시장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야외 공원에서 전시물들을 관람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컵 전시관, 유리 나무, 유리 터널, 어린이 놀이공간 등 테마도 다양하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보니 꽤 많이 걸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생각한 것보다 공원이 넓다. 부지가 4만3000㎡나 된다고 한다. 바다 쪽으로는 오토캠핑장에 샤워장, 족구장, 미니축구장, 잔디밭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하루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아름다운 유리 조각과 자연이 어우러진 캠핑이라니, 생각만 해도 특별하지 않은가.


대부도 유리섬 박물관


대부도 유리섬 박물관
◆빼먹지 말자, 유리공예 시연

입장 시 꼭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유리공예 시연 시간이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나 봤던 유리공예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별도의 관람료 없이 하루 세번 시연이 이뤄지니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빨갛게 달궈진 유리볼을 1200도 이상의 뜨거운 불 속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블로우 파이프(Blow pipe)를 불고 돌린다. 그렇게 30분이면 주먹만한 유리볼이 아름다운 화병으로 탄생한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하고, 작가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뜨거운 유리볼을 슬쩍슬쩍 만지기도 하고 온도를 맞추기 위해 찬물과 널빤지 모양의 나무 막대를 적당히 이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계속 불을 봐야 해서인지 짙은 선글라스를 썼고, 체력 소모가 많아서인지 호리호리한 몸에 강단이 있어 보인다. 직접 보니 유리공예는 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쓰는 일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연을 보고나니 앞으로는 작은 유리 물컵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 같다.

시연 후 보는 전시물들은 감회가 남다르다. 각종 유리작품들을 테마로 엮어 놓아 그야말로 판타스틱 월드. 천장에 달린 수십개의 유리볼이 방문자를 맞이하고 이어서 신화와 동화, 만화의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피노키오, 어린왕자, 뽀로로, 심슨, 오즈의 마법사 등이 바다와 하늘과 들판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아기자기한 유리작품이 다채롭게 변하는 조명을 받아 어른들의 동심도 깨어나는 공간이다.

유리섬 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이 유리의 변신을 보여준다. 유리가 빛을 만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화려한 예술품이나 의자나 탁자와 같은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환생하기도 한다. 맥아트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현대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고, 아트샵 BODA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유리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직접 만들 기회도 있다. 유리공예체험장에서는 램프워킹, 샌딩, 글라스페인팅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조그마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
◆안산, 그리고 어촌생활 엿보기

안산까지 왔으니 박물관 하나를 더 보기로 한다. 탄도항에 자리잡은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안산과 어촌 생활에 대한 역사와 지식을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커다란 수족관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눈을 껌뻑이며 유영하는 서해바다의 물고기를 보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전시관에는 시화호에서 나온 공룡알 화석을 비롯해 안산의 지질과 어업문화에 대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단순한 유물 전시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업방식이나 염전의 모습 같은 것은 디오라마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형태의 고기잡이 배, 풍어제나 뱃고사 같은 어촌 특유의 생활과 민속문화, 어린이 상설체험전시실, 3D영상실, 도서자료실 등이 있어 아이들과 둘러보기 좋다.

박물관 관람을 마쳤으면 탄도항으로 나와 일몰을 기다린다. 탄도항에서 보이는 누에섬 낙조는 사진가들 사이에 소문난 풍경이다. 날씨가 맑은 주말 저녁에는 단지 사진만을 찍기 위해 단체 버스를 타고 오는 동호회가 있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행자들의 자리다툼 또한 치열하다. 서해의 갯벌은 지는 햇빛을 유난히 강렬하게 반사하고, 짙어지는 하늘 저 너머로 누에섬과 등대·풍력발전기의 실루엣이 환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의 시작과 끝은 ‘환상’이다. 바쁘게 시달렸던 일상에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온 여행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가끔 필요한 것이 판타지. 이것이 다시 시작되는 일상에 활력과 의욕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정보]

<대부도 유리섬 가는 방법>
승용차
서부간선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금천 IC - 목감 IC에서 ‘제3경인고속화도로, 인천공항, 연성’ 방면으로 우측방향 - 제3경인고속화도로 - 정왕 IC에서 ‘월곶동, 시화공단’ 방면으로 우측방향 - 정왕톨게이트 - 정왕교차로에서 ‘안산,시화공단’방면으로 우측방향 - 서해안로 - ‘영흥도, 선제도, 메추리섬, 쪽박섬, 대부파출소’ 방면으로 우회전 - 대선로 - ‘영어마을, 대부동주민센터, 대부파출소, 대부초교, 대부중고교’ 방면으로 좌회전 - 대부중앙로 - 대부출장소앞에서 ‘메추리섬, 쪽박섬, 대부남동, 대남초교’ 방면으로 우회전 - 대남로 - 표지판 따라 우회전

버스
동서울종합터미널 - 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22번 버스 - 대우아파트에서 123번 버스 - 고유지에서 727-1번 버스 - 은광교회 정류장 하차

<대부도 유리섬에서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가는 방법>
승용차
부흥로 - 대부출장소 앞에서 ‘수원, 화성, 제부도, 영어마을’ 방면으로 우회전 - 대부중앙로 - 탄도 교차로에서 ‘탄도항’방면으로 우회전 - 대부황금로 - 표지판을 따라 이동

버스
은광교회에서 727-1번 버스 - 어촌민속전시관 정류장 하차

<대부도 유리섬 >
http://www.glassisland.co.kr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54/032-885-6262
개장시간 : 화·수·목·금·일요일 오전 9시30분~저녁 6시30분, 토요일 오전 오전 9시30분~저녁 8시(야간개장)
매표시간 : 화·수·목·금·일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토요일 오전 오전 9시30분~저녁 6시30분
휴관 : 매주 월요일
입장료(유리공예시연 관람 포함) : 성인 1만원/청소년 9000원/어린이 8000원
유리공예시연(무료관람) :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30분, 오후 4시30분, (야간개장 시) 오후 7시
유리공예 체험비 : 1인 2만~3만5000원(20인 이상 단체 할인적용)
오토캠핑장 이용 : 전화 또는 유리섬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
차량 1대 (4인기준 1박) 3만원(1인 추가마다 5000원)+유리섬 입장료 50% 할인

< 안산어촌민속박물관 >
http://www.ansaneco.net/institution/folk.aspx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7/032-886-0126
개관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 추석
관람요금 : 어른 2000원/청소년·군인 1500원/어린이 1000원

< 음식 >
배터지는집 : 바지락칼국수 6000원/양푼보리밥 6000원/영양굴밥 1만원/동동주 무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857-7/032-884-4787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