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열풍이 4050세대에서 2030세대까지 확산되면서 아웃도어업체간 '브랜드 전쟁'이 한껏 달아올았다.
지금까지는 등산을 취미로 하는 40~50대를 겨냥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전쟁이 치열했다. 무기는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들. 소비자의 인식 역시 등산이나 익스트림 스포츠로 한정돼 있어 아웃도어업계는 어렵지 않게 큰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아웃도어를 평상복으로 입는 트렌드가 조성됨에 따라 각 브랜드들은 그간의 승부전략을 보완하며 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의 기능성이라는 무기에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 등을 탑재하면서 2030세대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아웃도어 2차대전'에 들어간 것이다.
◆힐링 컬러로 무장하고 '약진'
올해 아웃도어는 밝은 녹색계열의 색상으로 무장한 채 약진하고 있다. 스타일에 민감한 2030세대에게 아웃도어 의류의 컬러는 기능성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때문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화려한 색상을 강조한 캐주얼 감성 쪽으로 타깃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컬러연구소 팬톤(Pantone)은 올해 트렌드로 '에메랄드 그린'을 선정했다. 녹색계열은 피부색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며 심리적 안정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내기 때문. 이러한 녹색계열은 '힐링 컬러'로 불리며 최근 2030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실제 마운틴하드웨어와 오프로드는 올 들어 각각 녹색계열을 적용한 '플라즈믹 재킷'과 '아이들윈드'를 내세우고 젊은층 잡기에 나섰다. 플라즈믹 재킷은 애시드 그린컬러의 경쾌한 느낌을 담은 제품으로, 통풍과 방수 기능을 높인 데다 가벼운 착용감으로 활동량이 많은 젊은층에 유용하다. 짙은 에메랄드 색감의 아이들윈드는 건강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해 아웃도어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색상뿐만 아니라 기존 기능성 위주의 제품에 캐주얼한 디자인을 추가한 아웃도어 라인들이 넘쳐난다는 점도 2차대전을 맞이한 기업들의 승부전략 중 하나다.
캐주얼한 디자인을 내세워 2030 소비자를 주타깃으로 한 브랜드는 네파와 스카르파 등이 꼽힌다. 네파는 캐주얼 배기핏의 팬츠와 트렌디한 트레이닝룩, 빈티지 스타일 등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했고 물량도 지난해보다 200% 늘렸다. 스카르파 역시 도심에서 멋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캐주얼 슈즈를 내놨다. 무거운 등산화에서 벗어난 가볍고 슬림한 슈즈로 2030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선 셈.
윤희수 네파 기획총괄마케팅 팀장은 "올해는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기능성에 녹색계열 컬러를 조합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디자인에 있어서도 캐주얼 경향이 두드러지는 심플한 트렌드가 올해 2030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키즈 시장 '정조준'
색상이나 디자인 외에도 유아층을 타깃으로 삼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늘고 있는 것도 2차 대전에서 감지되는 특징이다. 키즈 라인을 새롭게 출시하거나 키즈관련 물량을 대폭 늘려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
K2코리아는 지난해 아웃도어 키즈 제품 출시로 전년대비 50%에 가까운 아동용 제품 신장률을 보였다. 따라서 올해 초등학생 소비자를 겨냥한 주니어라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아이더' 브랜드는 그라비칼 라인을 통해 캐주얼 감성을 강조한 키즈룩을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야크도 지난해 키즈 라인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3∼8세용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취급 매장도 150개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들어 확대한 키즈 제품군은 편안함과 특유의 귀여움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네파 역시 매년 약 20%의 신장률을 보이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네파는 2011년 키즈 라인을 선보인 후 매 시즌 재킷, 티셔츠, 팬츠 등 스타일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김연희 아이더 상품기획부장은 "30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아동용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활발하다"며 "특히 부모와 아이가 같은 옷을 입는 일명 '미니미룩(Mini-Me Look)'이 큰 인기"라고 말했다.
◆나포츠족 위한 '야간 사격'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나포츠(Night+Sports)족'을 위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점도 '2차 아웃도어 대전'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다. 발광이나 형광의 특징이 있는 제품을 출시해 나포츠족과의 보폭을 좁히기 시작한 것.
나포츠족과의 '동행'을 선포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블랙야크와 네파의 이젠벅, 푸마가 꼽힌다. 블랙야크는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끈을 조절할 수 있는 '체로키 등산화'를 선보여 등산객들의 야간 아웃도어 활동을 돕고 있다.
이젠벅의 경우 아예 올 시즌 주력상품으로 야간에도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특수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내놓은 케이스. 이 회사의 윈드 재킷, 팬츠, 배낭 등은 최소한의 빛만 있어도 발광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조됐다.
푸마도 형광 컬러를 입혀 밤에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야간 레이스용 러닝화 '모비움 글로'를 하반기 주력상품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오는 9월에는 야간 레이스인 '푸마 글로 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나포츠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건강관리와 여가생활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LG경제연구원의 2011년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중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36%로 전체 평균(31%)보다 높았다.
나포츠족 공략은 캠핑이 확산되고 있는 점과도 연관된다. 캠핑은 야간에 할 일이 많은 대표적인 아웃도어 활동이다. 또한 최근 아빠와 함께 체험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하루를 담아낸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캠핑이나 나포츠 등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 출시와 이벤트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