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아파트의 경매낙찰 소요기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8일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낙찰소요기간은 첫 매각기일 이후 경매 물건이 낙찰되기까지 경과된 일수를 뜻하는 말로, 이 기간이 감소됐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유입된 아파트 수요자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경매정보사이트 부동산태인이 올해들어 경매 낙찰된 수도권 소재 주거용 부동산 5398개를 조사한 결과 낙찰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75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 소요기간인 92일에 비하면 17일 줄어든 수치다.
용도별로 보면 아파트는 첫 매각기일 이후 평균 66일 만에 낙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일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18일 줄어들었다. 다세대 물건 낙찰소요기간도 평균 81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일) 대비 25일 단축됐다.
반면 다가구 물건은 아파트나 다세대와 달리 낙찰소요기간이 지난해보다 길어졌다. 올해 다가구 물건은 첫 매각기일 이후 평균 117일이 걸려 낙찰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0일)에 비해 27일 늘어난 것으로 아파트에 비하면 거의 2배 가까운 기간이 지나 낙찰된 셈이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소요기간이 줄어든 것은 경매 입찰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체적인 낙찰 타이밍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2~3회 유찰되길 기다렸다가 입찰하는 것이 경매장 트렌드였지만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입찰 타이밍도 그만큼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태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 입찰자는 전체 주거용 부동산 입찰자(2만8965명)의 68%에 해당하는 1만97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3%(6147명) 증가한 것으로 2005년(2만503명) 이후 8년 내 최다 수치다.
정태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취득세 감면 호재와 지속적인 전월세 가격상승 이슈가 맞물리며 아파트 구입 수요를 자극해 온 측면이 있다”며 “지난 2011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올해 아파트 경매 입찰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여건에 힘입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과 경쟁률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5.98%로 전년 동기 대비 3.37%포인트 증가했고 입찰 경쟁률 역시 5.51대 1에서 6.19대 1로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다세대 낙찰가율이 73.1%에서 70%로 3.1%포인트, 다가구 낙찰가율이 78.4%에서 63.1%로 15.3%포인트 떨어진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아파트 경매의 인기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향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4.1 대책에는 생애 첫 주택구입 시 금융과 세제 양면에서 지원을 제공하고 주택 거래 시 발생하는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등 향후 주택시장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의중이 뚜렷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4.1 종합대책 발효시점이 정해지지 않았고 차후 정책 협의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투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정 팀장은 “물건 이해관계자나 주변인이 아닌 단순 입찰자의 경우, 양도세 면제 대상 주택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궁금해하는데 현재로선 입찰하고자 하는 주택 소유자가 1주택자인지 아닌지를 알기 힘들어 경매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섣부른 낙관론은 오히려 경매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분위기나 특정 이슈에 휩쓸려 실제 가치 이상으로 높은 입찰가를 써낼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찰 예정인 물건의 인근지역 낙찰 사례부터 수집하고 수익률을 차분히 분석해보는 등 보다 다각적인 정보 활용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