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 인간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무적의 힘을 준다는 강물에 발목부분만 제외하고 담겼다 나왔다.

이 때문에 발뒤꿈치만을 제외하고 무적이 된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쟁 중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발뒤꿈치를 겨냥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는 용어로 자주 쓰이는 '아킬레스건'은 바로 이 신화에서 유래한다.


아킬레스건은 신화 속 영웅의 약점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의 형태로 부활해 끊임없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발뒤꿈치 바로 위에 있는 굵은 힘줄,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아킬레스건염' 이야기다.

아킬레스건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데 남녀의 특성에 따라 발병요인이 나뉘기도 한다. 때문에 아킬레스건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별에 따른 예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女, 아킬레스건염 부르는 발뒤꿈치 상처


여성의 패션을 완성시켜주는 신발은 굽이 없는 플랫슈즈, 각선미를 한껏 드러낼 수 있는 킬힐, 시원하면서도 멋스러움을 더해줄 수 있는 글래디에이터 샌들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데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러한 신발을 새로 장만해 놓고도 구경만 하는 것으로 만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 신발을 신으려면 발뒤꿈치가 까지는 쓰라린 아픔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발뒤꿈치 상처를 '새 신발을 길들이려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상처가 날 때마다 연고를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고 만다는 것이다. 가방 안에 발뒤꿈치용 밴드를 상비약처럼 챙기고 다니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처가 단순히 피부를 상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딱딱한 신발이나 새 신발로 인한 뒤꿈치 상처는 1차적으로는 피부에 상처를 낸다. 이후 지속적으로 그 속의 아킬레스건을 압박하게 되면 2차적으로 '아킬레스건염'을 일으키게 된다.

아킬레스건염은 꽉 끼거나 딱딱한 신발이 뒤꿈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발병되며, 통증을 완화하고자 발에 힘을 주고 걷다가 발목에 무리가 와 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男, 달리고 부딪히고…활동적인 운동 마니아 주의

강할 것만 같은 남성의 발목도 아킬레스건염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무리한 발목사용으로도 아킬레스건염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량이 많은 축구나 마라톤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들의 경우 아킬레스건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 활동에 동반되는 반복적인 달리기 동작은 힘줄 주위에 마찰을 일으켜 아킬레스건염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킬레스건염이 발생하면 경사진 곳을 걷거나 바닥에 쿠션이 있는 부드러운 곳을 달릴 때 발뒤꿈치 뒤쪽 부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아침에 일어나 첫 걸음을 디딜 때 통증이나 열감을 느낄 수 있으며, 발목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둔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남성들의 경우 통증이 나타나면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심해져도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만 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염을 가벼운 통증으로 여겨 방치하게 되면 심한 경우 통증 부위 주변의 힘줄과 근육이 파열돼 결국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기 십상이다.

◆예방은 스트레칭·체조로

아킬레스건염이 의심된다면 우선 원인이 되는 동작을 삼가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꽉 끼거나 딱딱한 신발 대신 뒤가 없는 신발을 신어 발뒤꿈치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킬레스건염에는 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힘줄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프롤로테라피 주사요법을 시행하는 치료법이 적용된다.
 
프롤로테라피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정도의 심각한 수준의 질환이라면 관절경을 통한 염증 제거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병원 신세를 지기 전에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킬레스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관절이나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체 부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반복적인 동작의 사용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무리한 반복 동작이 포함돼 있는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면 틈틈이 휴식을 취해가며 하는 것이 좋다.

이미 통증이 시작됐다면 발병 부위를 사용하는 빈도를 줄이고 찜질과 마사지를 하거나 보호대를 착용해 통증 부위를 보호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발과 발목, 아킬레스건 사용은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관련 질환이 쉽게 발생하게 되는데, 일상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병을 키우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특히 아킬레스건염은 압박이 가해지지 않으면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기 쉽지 않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단순 주사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질환도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길 바란다.

아킬레스건은 발뿐만 아니라 주변 발목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초기에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를 진행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제2의 인체'라 불리는 발의 작은 통증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 건강을 지키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