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광동제약은 올해부터 자사 '비타500'의 착한 드링크 캠페인을 통해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수술비를 우회 지원한다. ABC마트는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굿네이버스에 고객들로부터 수거한 헌 신발과 동일한 수량의 새 신발을 해외 빈곤아동에게 전달한다.

2013년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착한경영'의 한 단면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너도나도 '착한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회봉사활동이나 기부금, 혹은 협력사와의 상생에만 신경쓴다고 해서 모두 착한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아탑 현장에서 착한경영센터를 이끌고 있는 허종호 교수(서울여대 경영학과)를 만나 착한기업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갑의 횡포,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등으로 인해 착한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왜 착한기업이 중요해졌나.

▶시장의 패러다임이 착한기업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마켓1.0'시대는 메이드인(Made-in)으로, 기업의 품질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그러나 '마켓2.0'시대로 접어들면서 메이드인은 메이드바이(Made-by)로 바뀌었다. 즉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다 최근 '마켓3.0'시대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메이드포(Made-for), 즉 누구를 위한 제품을 만드냐가 중요해졌다.

- 메이드포 시대란 구체적으로 어떤 시대인가.


▶'선의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과거만 해도 기업들은 품질이나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를 위해 만드느냐 하는 점이 소비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과거만 해도 유능함이 곧 착한기업이어서 수출을 많이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착한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능함은 기본이고 따스함을 갖춘 기업이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 따스함을 갖춘 기업들에게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최근 미국 사회적책임(CSR) 컨설팅업체 컨로퍼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가격이 비슷하다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미국의 브랜드컨설팅회사 콘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세계 9개국 소비자 1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가격이 비슷하다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답한 바 있다.

- 기업이 착하기만 하다고 해서 영속성을 가지진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수익을 내야하는 점도 중요한데.

▶착한기업들이 좋은 경영성과를 낸다는 다음의 조사결과를 참조하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미국의 공익경영연구기관인 에티스피어가 세계적으로 가장 윤리적인 기업 145곳을 선정해 이들 기업의 연간 주가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평균적으로 40%선을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률 평균치보다 30%나 높게 나타낸 수치다.

- 착한기업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단적으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잘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크게 직원과 소비자, 사회를 일컫는다. 직원한테는 '착한 고용주', 소비자에게는 '착한 판매자', 사회에게는 '착한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게 착한기업이다.

- 사회적기업들이 착한 경영활동을 하더라도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 이유가 뭔가.

▶이들 기업이 내놓는 제품이 시장에서의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아무리 '착한 경영활동'을 하더라도 시장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착하지 않다. 제품의 품질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 따라오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 따스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갖춘 기업 사례를 하나 든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발업체 탐스슈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을 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탐스슈즈의 운동화가 '기부'의 좋은 뜻도 담았지만 디자인이나 품질면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 우리나라 외에 선진국에서는 어떤 기업을 착한기업으로 보나. 착한기업의 기준이 우리와 다른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착한 경영활동을 하거나 기부, 사회공헌활동을 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자발적이라는 게 문제다. 준조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거나 각종 비리들에 연루됐을 경우 '위기모면용'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나.

- 외국기업과 우리기업의 착한 경영활동의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긴가.

▶정확히 보셨다. 선진국 기업들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을 장기적인 '투자' 개념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도 이들 기업의 착한 경영활동에 진정성을 느낀다. 그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착한 경영활동은 지속성이 없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와 관련해 또 하나 사례를 든다면.

▶미국의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Small Business Saturday) 캠페인에서 우리가 느껴야할 게 많다. 지난 2010년 11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가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말고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자며 진행한 캠페인이다. 이 행사는 시행 1년 후 1억명의 소비자들이 참여해 매년 이 캠페인에 참여한 소상공인의 매출을 전년대비 20~50%까지 성장시켰다.

- 끝으로 한국기업이 '착한활동'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이나 전략이 있다면.

▶마케팅의 초점을 '착한 제품'에 두는 게 아니라 '착한 소비자'에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착한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닌, '이 제품을 구매하면 당신은 착한 소비자'라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여성들이 해외 명품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결국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