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유통공룡 롯데가 동대문에 새 둥지를 틀었다. 롯데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5월31일 국내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에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패션쇼핑몰인 '롯데피트인'을 오픈했다.동대문과 롯데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롯데는 철저히 동대문 상권에 맞춤으로써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로 매장을 채우고, 젊은이의 감성에 맞춘 상품 진열을 시도한 것.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동대문 상권에 백화점과 같은 상품진열(MD)은 맞지 않다"며 "10~30대의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아울렛보다 싸면서 백화점처럼 편리하고 세련된 MD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특성 따른 '피트인' 세력 넓힐까
롯데피트인은 지하철 2·4·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밀리오레를 비롯해 두산타워, 평화시장, APM쇼핑몰, 굿모닝씨티 등이 자리한 패션타운이다. 서울 장충단로를 따라 패션거리가 조성됐다면 롯데피트인은 이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사거리 건너에 자리했다. 기존 상권과는 떨어져 있지만 지하철역에서 바로 고객 유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롯데자산개발 측도 이 점을 이용해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하도에는 롯데피트인 간판이 줄을 잇고 지하철 안에서도 '롯데피트인으로 갈 수 있는 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기존 상권에서 점차 옮겨 오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아무래도 패션타운과는 거리가 먼 편이니까요." (롯데자산개발 관계자)
롯데피트인은 6년째 빈 건물이던 '패션TV'에 20년 장기 임대계약으로 입주했다. 1500명에 달하는 분양권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동대문에 입점한 피트인은 신진디자이너 육성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다. 롯데피트인은 한국패션협회와 협조해 전매장의 60%를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로 채웠다. 이상봉 디자이너를 포함해 진태옥, 신장경 등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들도 입점했다. 매장의 수수료율도 백화점보다 낮은 평균 20% 수준으로 책정했다. 5층에 작은 런웨이를 마련해 신진디자이너에게 패션쇼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임형욱 롯데자산개발 영업전략팀장은 "피트인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며 "패스트패션으로 SPA브랜드에 밀린 우리 패션업계가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출구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롯데피트인에는 롯데하이마트도 롯데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입주했다. 패션 중심 상권인 동대문에서 가전과 스마트기기 매장이 드물다는 점도 하이마트가 입점한 이유다. 롯데하이마트가 입점한 지하2층 매장은 지하철 출구와 연결돼 스마트기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 층의 시선을 끌고 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첫날 180여대의 스마트기기를 팔았다. 이는 하이마트 오픈 이래 가장 많은 일 매출 달성이라고 한다.
롯데자산개발 측은 오픈 이후 계획한 대로 매출이 나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을 따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목표한 매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매장 오픈 전 연 목표 매출이 13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롯데피트인은 '피트인'(Fit i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권에 맞는 형태로 진출할 계획이다. 롯데피트인 1호점인 동대문점이 패션상권에 맞게 오픈했듯, 다른 지역도 그 지역 특성에 맞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 속에서 대기업이 새로운 상권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 롯데피트인 역시 동대문 재래시장이 있어 규제에 막힐 뻔했다. 여기에는 중구청의 도움이 한몫 했다. 롯데 측도 중구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내주기로 약속하는 등 긴밀한 협약이 있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품목이 겹치지 않게 하면서 기존 상권에 타격 없이 들어가겠다"며 "여러가지 규제로 대기업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절충점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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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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