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25% 발효일(8월1일) 하루 전날인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막판 한미 통상 협상 타결에 나선다.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발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이 15% 선에서 관세 합의를 마친 가운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협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각 부처 장관들을 중심으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유럽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4월2일 발표한 상호관세 20%보다 다소 낮은 15%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EU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시 관세는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EU는 미국으로부터 7500억달러(약 1038조원)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와 6000억달러(약 8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무역합의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동시에 미국을 대상으로 5500억달러(약 759조8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이 거래로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자동차·쌀 시장 개방 등을 통해 자동차 품목별 관세 절반 인하도 얻어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 관세 시행 전 합의를 체결해 국익을 지킨 것으로 평가한다.

주요국들의 연이은 합의로 한국의 협상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국가들에 15~20%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서다. 관세 협상이 불리하게 마무리될 경우 국내 산업계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미 관세 영향권에 놓인 기업들은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에서 기업들은 미 관세에 따른 수출 지연, 수주 감소 등의 피해를 보고했다. 수출기업의 신규 수주 실적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89에서 이달 84로 5포인트 하락했다. 다음 달 수주 전망도 87에서 83으로 한 달 사이 4포인트 낮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내수 회복과 경제 심리 회복 등의 전제를 감안하더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우고 현지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연이어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상호관세를 비롯해 자동차와 반도체 등 품목관세 인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요 협상 카드로 조선업을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은 EU·일본처럼 대규모 대미 투자가 어려워 조선업 중심의 산업 협력이 중요할 거란 분석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수십조원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조선(Shipbuilding)을 더한 'MASGA'(마스가)로, 미국 조선업 현지 투자 및 미국 선박 건조·유지·보수 수요를 한국에서 우선 처리·지원하는 게 골자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EU와 일본 수준의 관세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한국만의 상징적인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