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한(韓)민족의 전진(進)'. 낡은 트럭 한대로 출발해 전장으로, 바다로, 하늘로, 수송 외길을 걸어온 한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5대양 6대주에서 한민족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고 조중훈 창업주와 그의 장남 조양호 회장을 거치면서 4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9위(자산총액 38조)의 종합 운송기업으로 성장한 한진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꾸준히 휘말리고 있다.


재벌 및 CEO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의 2011년 기준 내부거래가 83%(41억원)에 달했다. 지난 6월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2년 내부거래 비율도 83%(39억원)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1년간 해당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전혀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싸이버스카이가 기내 면세품과 광고 판매를 전담하는 기업인 탓에 일감몰아주기가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조 회장의 세 자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가 3만3300주씩 각각 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은 정상적인 경쟁입찰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수의계약으로 손쉽게 계약을 따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많은 분야인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는 내부거래 때 수의계약 비중이 무려 95.3%에 달한다"며 "게다가 물류 계열사는 더 높은 99.5%로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연매출 40억~50억원대의 소형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과세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싸이버스카이를 비롯한 한진 일가의 소유 기업들은 대부분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속한다.

이에 한진 측은 지난 3월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과 그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계열사는 싸이버스카이를 비롯해 정석기업, 유니컨버스, 토파스여행정보, 한진정보통신 등이다.

한편 한진은 지난 3월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제에서 면제 특례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여러 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한진이 지난해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감몰아주기 과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은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부응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일감몰아주기 수혜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