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에 커텐과 침구류 등을 납품하던 박기용 씨는 2011년 롯데로부터 매장 철수 명령을 받은 이후 파산 상태에 빠졌다. 롯데와 거래하며 서류를 차곡차곡 모아온 박씨는 뜻밖의 서류를 내밀었다. 바로 롯데 측이 그동안 협력사를 통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기한 정황이었다. 


◆ 롯데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강요

박씨가 제시한 자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정황도 포착됐다. 물류는 무조건 롯데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제가 기존에 거래하던 물류차량을 이용할 경우 300만원이면 거래가 가능했어요. 롯데로지스틱스로 물류를 이동하다보니 3배나 높은 1000만원을 줘야 했죠.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실제로 롯데로지스틱스는 매출의 97%이상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사실이 국감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롯데 측은 뒤늦게 중소기업과 일감을 나누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롯데마트 PB상품을 팔도록 한 것이다. 롯데마트 측은 커텐을 거는 봉이나 링, 핀 등을 미페의 제품이 아닌 롯데마트 PB상품으로 바꾸도록 강요했다. 제품을 팔게 하면서 인건비 등의 지원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미페 측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부품들을 더 비싼 돈을 주고 롯데로부터 구입해서 팔아야 했다. 그 결과 미페의 매출은 20%가량 감소했다.


"'왜 우리 인건비 들여가며 우리 제품이 아닌 롯데마트 PB제품을 팔아야 하느냐'고 따지면 롯데마트 본사 측은 '그럼 팔지 말라'고 어깃장을 놓는 식입니다. 신발 팔면서 신발끈은 팔지 말라는 얘기나 같은 거죠. 그때 경쟁업체들이 다 그만둔다고 했어요. 우리도 그때 빠져나왔어야 했는데…."

박씨는 롯데마트와 거래가 끊긴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공정위가 시키는 대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보증도 받고 자료도 취합했지만 결국 롯데는 '무혐의' 처리를 받아냈다.

"가재는 게 편이더라고요. 방명록을 작성하면서 얼핏 롯데쇼핑 관계자가 왔다 간 것을 봤죠."


박씨의 눈에 비친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힘 있는 사람 편에 있었다. 사회적으로 '을' 살리기에 분주하지만 '갑 중의 갑'인 롯데쇼핑에게는 좀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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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