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베띠 압구정점주
주부 감정 살린 업종선택, 특유의 세심함으로 친절 서비스
지난해부터 40대 여성의 재취업과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40대 이상 여성의 사회 복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경력이 단절된 40대 이상 여성이 번듯한 직장을 골라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따라서 재취업 관문에 막힌 경력 단절녀들은 창업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주부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준비 부족과 경영 마인드 부재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업종 선택이 선행돼야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주부만의 특성 살리니…
금융권에서 15년 근무하다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에서 30평 규모의 이탈리안레스토랑 '보나베띠' 압구정점을 운영 중인 여옥진씨(37)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와인과 음식의 질을 따지는 이 지역 고객에게 이탈리안레스토랑 창업은 안성맞춤이었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주고객은 압구정역을 찾는 20~30대 연인으로, 2011년 5월 매장 오픈 이후 현재 하루 평균 18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씨는 이들에게 자신의 점포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자신이 구상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압구정 맛집'을 검색하도록 광고를 했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보나베띠 압구정점의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비치해 고객들이 메뉴를 고를 때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대학로 김가네 김밥전문점 성수IS비즈타워점을 새롭게 오픈한 하미리씨(32)는 '김가네' 본사 직원인 친구의 소개를 통해 직접 배워보고 창업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곡차곡 준비한 끝에 2013년 6월 오픈했다.
성수IS비즈타워점의 경우 상주인구가 1700여명에 달하는 대형빌딩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성수동 패션타워, 지식산업센터 2개동 등 완전한 오피스 상권이어서 주요고객은 직장인들이다.
하씨는 주변에 분식전문점이 없는 점, 배달직원을 따로 쓸 필요가 없는 점 등을 눈여겨본 끝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하씨의 예리한 분석은 현실에서 통했다.
성수IS비즈타워 김가네는 최근 점심시간에 줄을 설 정도로 많은 고객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뤄 월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비결은 교육을 통해 갖춰진 실력을 바탕으로 손님의 감성을 잡으려는 하씨의 노력이다. 직장인이 고객의 9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 푸짐한 밥 양과 친절한 서비스로 단골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여름에는 얼음이 사각거리는 쟁반냉메밀로 더위에 지친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따끈한 우동국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모든 재료는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대접하기 위해 야채는 물론 소스까지 직접 관리한다.
김가네 성수IS비즈타워점
◆가정일과 함께 하는 서비스업종
세탁멀티숍 크린토피아 신림성모성당점과 관악드림타운점 등 2곳을 운영 중인 공지영씨(37)는 월 평균 매장 한곳당 7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08년 22평 규모 관악드림타운점(점포비 제외 8000만원 투자) 오픈에 이어 2012년 9월 같은 비용을 들여 15평 규모 신림성보성당점을 창업했다. 공씨가 운영하고 있는 세탁멀티숍은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호황을 맞은 경우다.
언제든지 세탁물을 맡길 곳을 찾는 고객에게 어필하면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세탁멀티숍은 세탁편의점과 코인워시를 접목한 블루오션 업종이다.
공씨가 세탁멀티숍을 선택한 이유는 세탁이 주부들에게 익숙한 분야고, 노동강도가 낮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의 육아를 고려해 언제든지 시간을 내서 아이들에게 달려갈 수 있는 업종에 주목했다. 세탁멀티숍은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직원 1명만 고용하면 자리를 비워도 별 무리가 없다.
공씨의 성공비결은 주부 특유의 세심함이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세탁서비스를 제공했고, 고객이 불만을 품으면 바로 달려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해결했다.
매장을 동네 사랑방으로 만든 것도 성공 포인트다. 세탁이 '동네 장사'인 만큼 붙임성 있게 다가가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공씨의 친밀한 성격이 도움이 됐다.
◆또 다른 여성만의 업종은?
주부에게 추천되는 서비스 업종으로는 피부관리숍, 여성전용피트니스클럽, 헤어숍 등 뷰티 업종을 꼽을 수 있다.
뷰티서비스 업종의 경우 예전에는 전문기술을 가진 사람만 운영할 수 있는 영역이었으나, 최근에는 가맹본사에서 기술을 전수하고 인력 파견제도 등을 제공해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초보 창업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교육분야도 주부들이 선호하는 업종이다. 교육업은 육아경험을 일에 활용할 수 있고, 사회적 인식이 좋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소자본 창업인 홈스쿨사업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판매업은 완성된 상품을 납품받아 판매만 하면 되므로 창업교육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상품진열과 재고관리에 신경 쓴다면 창업 직후부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최근에는 문구판매점, 유기농식품판매점, 정육점 등 생활밀착형 판매업이 주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대부분 주부를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니 고객관리도 수월하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주부 창업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와 단절된 채 10~20년 간 생활한 주부들은 경험 부족, 정보력 부재, 경영마인드 부재 등의 이유로 실패한다.
따라서 창업을 계획한 주부라면 자신이 선택한 업종의 매장에서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초창업교육 등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는 게 좋다.
이렇게 쌓은 경험들은 매장을 오픈한 후 큰 자산이 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너나 고객성향, 업종에 대한 이해 등은 실전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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