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가 고환율 뉴노멀 기조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크립아트코리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1400원대 고환율 뉴노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제지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핵심 해외 원자재인 펄프 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조차 고환율을 수혜가 아닌 불확실한 변수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최근 제지업계는 원자재인 펄프를 수입, 운반하는 조달 단가가 상승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종가기준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6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일 기준 국제펄프 가격(톤 당 645달러)을 감안하면 펄프 1톤 원화 가격은 88만1070원이다. 하지만 이달 23일 기준 월평균 원/달러 환율(1467원)과 1일 국제펄프 가격(톤 당 675달러)이 모두 올라 펄프 1톤 원화가격은 99만225원이다. 7개월 여만에 톤당 12.4% 단가가 상승한 셈이다. 운반비 역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부담을 키운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내수 경기 침체 등 대외·대내 변수들이 겹치면서 전반적인 업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지산업은 원자재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어서 원자재 가격 변동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에 우는 위생용지… 인쇄용지는 수익에도 '찜찜'

위생용지 업계가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크립아트코리아


제지업계 가운데 위생용지 업체가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위생용지 업계는 수출보다 내수 시장 비율이 훨씬 높아 환율이 오르면 더 치명적이다. 또 생필품이다 보니 환율 상승에 맞춰 가격을 올리지도 못한다.


실제로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3분기까지 1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정펄프도 지난해를 끝으로 경기 평택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유한킴벌리의 영업이익도 2023년 이후 매년 소폭 하락하고 있다.

위생용지 업체 관계자는 "환율은 이제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이어서 대응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위생용지 업체 관계자는 "1400원대 고환율이 상수가 된 것 같다"며 "제품 경쟁력, 환경성 등 측면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기민하게 대응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인쇄용지 생산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따라 일정 부분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쇄용지의 약 50%는 해외로 수출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판매 가격 역시 환율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실제로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공시된 한솔제지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900억원, 499억원으로 전년도 2조2157억원, 219억원 대비 각각 3.4%, 127%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업계관계자는 고환율 장기화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쇄용지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은 긍정과 부정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양날의 검"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물류비 부담, 각국의 통상 환경 변화 등 외부 변수가 많아 과거처럼 단순한 환율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이를 수익성 개선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솔제지와 함께 인쇄용지 1·2위를 다투는 무림페이퍼는 고환율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274억원과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24억원, 영업이익 1042억원 대비 각각 11%, 87.5% 감소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고환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수출기업들 입장에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원자재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무림페이퍼는 자회사 무림P&P를 통해 원자재 펄프의 일부를 공급받고 있다. 다만 국제평균 펄프 가격에 준하는 금액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고환율에 의한 원자재 조달 단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일부 인쇄용지 제작에는 외국산 펄프가 필요해 수입하는 펄프의 양도 적지 않다.

여기에 미국의 상호 관세 인상, 지난해 하반기 국제 펄프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무림P&P의 수익성 악화로 이중고를 겪었다. 업계관계자 대다수는 향후 추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 고환율 기조는 계속해서 부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