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여가는 일에서 떠나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소득의 증가 등으로 보다 많은 여가시간이 주어지고 있는데, 과연 이에 따른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청소기, 세탁기, 전기밥솥 등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추운 겨울 개울가에서 손을 호호 불며 방망이질하지 않아도 단추 하나로 빨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한여름 뜨거운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불을 지피며 무거운 솥뚜껑을 들었다 놨다 하지 않아도 역시 단추 하나로 밥을 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꽤나 많은 노동력을 요구했던 일들이 요즘에는 손가락 하나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노동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우리들의 소위 ‘빈 시간’은 많이 늘어났을까?
혹시 더 좋은 세탁기, 더 좋은 청소기를 사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늘어난 빈 시간들을 또 다른 노동으로 채우며,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든 순환의 고리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여가를 계획하고 즐기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행복감도 증가해야 하지만, 이 역시 현실 속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를 통해 만족감이 증가하는 요인과 부의 증가로 인한 여가시간의 확보로 행복감이 제고돼야 한다. 하지만 소비활동의 증가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돼 지속적인 만족의 증가는 제한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행복감도 증가해야 하지만, 이 역시 현실 속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를 통해 만족감이 증가하는 요인과 부의 증가로 인한 여가시간의 확보로 행복감이 제고돼야 한다. 하지만 소비활동의 증가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돼 지속적인 만족의 증가는 제한된다.
또 부의 증가는 더 많은 소비와 부를 위해 보다 많은 일에 몰입하게 해 여가증가와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혼자서 벌던 앞 세대에 비해 맞벌이까지 하면서도 강도 높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요즘 세대의 현실이다.
수 많은 문명의 이기들로 고된 노동의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소득의 증가로 윤택한 여가생활 여건이 갖추어졌지만, 현대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속도와 경쟁의 시대에 살면서 소위 빈둥거리며 한가해질 여유가 없어진 요즘이다.
혹여 여가시간이 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이 여가시간인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모습을 보더라도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6시간 46분이지만, 이 중 대부분(3시간 27분)을 ‘TV보기’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제활동(57분), 집밖의 레저(47분) 등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여가활동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는다. 여가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거나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로 이 같은 양상은 변화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현재의 고령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취감과 교육, 건강수준이 높고, 축적된 부도 많은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여가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위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가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인 스테빈스(R. Stebbins)이 처음 사용한 진지한 여가는 잡담, TV시청, 낮잠 등과 같은 ‘일상적 여가(Casual leisur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여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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