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초래한 키코(KIKO)상품에 대해 대법원은 "키코 상품은 환헤지에 부합한 상품으로 불공정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수산중공업·세신정밀·모나미·삼코가 제기한 키코 상품 계약에 따른 피해액을 배상하라며 우리·한국씨티·신한·한국스탠다드차타드·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4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피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패소가 확정됐다. 또 세신정밀(피고 신한은행)과 삼코(일부) 사건은 기업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반면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던 삼코 사건 일부는 기업 일부 승소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던 모나미 사건은 기업 패소 취지로 각각 파기환송했다.

원고측의 키코 계약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거나 사기·착오로 인한 계약으로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부 구간에서만 환위험 회피가 된다고 해 구조적으로 환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키코 계약구조는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옵션 이론가와 수수료, 이로 인한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상황 등에 비춰 환헤지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데도 계약 체결을 권유한 행위나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기업이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순수한 환헤지 목적이 아닌 환투기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은행은 기업의 경영상황을 파악한 뒤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키코 계약 체결을 권유해서는 안된다"며 "계약 체결시 상품 구조와 주요 내용, 예상되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 등 주요 정보에 대해 설명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키코 통화옵션계약에 관한 첫 판단"이라며 "계약이 효력이 없다는 기업의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은행이 준수해야 할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내용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