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철 머니위크 기자
무협소설의 배경은 대체로 과거의 중국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 중에서도 '강호(江湖)'라 불리는 실체 모를 장소다.이 강호라는 것이 참 독특한데, 본래의 의미는 복잡한 속세와는 다른 한가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말하지만, 무협소설에서는 강호무림의 준말로 말 그대로 '복마전' 같은 무림고수들의 세상을 뜻한다.
증권시장 또한 하나의 무림으로 비유될 때가 많다. 수많은 고수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진검승부에 나서 싸우고, 울고 웃는 강호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증권무림'에 최근 동양증권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루머가 시장을 떠돌고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가 동양의 자구책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루머(금감원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부터 동양증권의 영업점 앞에서 A증권사 직원이 CMA와 관련해 "우리 회사가 좋다"고 말했다가 밖으로 나온 직원과 주먹다짐을 했다거나, B증권사의 직원이 펀드와 관련해 영업을 하다가 직원에게 걸려(?) 서로 육두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C증권사 지점의 한 직원은 하필이면 동양증권 직원을 붙잡고 CMA가 예금자 보호가 안 되니 돈을 빼라고 설명하다 서로 욕설이 오고 갔다고 한다.
해당 증권사들은 모두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들은 적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게 마냥 루머만은 아니었나보다. 한 동양증권의 지점장이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옆에 있는 OO증권에서 '띠'까지 만들어 두르고 영업을 하더니 오늘은 XX증권이 바로 지점 옆에서 캠페인을 했다"고 전한 것이다.
요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 본다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작은 틈새라도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을 떠나 동종업 종사자 간에 최소한의 배려와 상도의(商道義)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진검을 맞대고 승부하는' 여의도 강호는 너무도 비정해 '도'는 찾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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