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역할 에버랜드에 힘 싣기… 이서현 등 '역할 분담' 주목

삼성그룹 모태인 제일모직의 패션·섬유사업이 삼성에버랜드로 이전된다.



제일모직은 지난 9월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부문의 자산, 부채, 기타 관련 권리·의무 등을 포함해 사업부문 일체를 에버랜드로 양도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1일자로 에버랜드로 이관된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제일모직의 사업부문인 전자재료·케미컬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3자녀에게 기업을 분할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317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시가총액에서 1조500억원 규모에 불과한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업의 조정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제일모직 조정은 3세 후계 신호탄?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통해 패션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하겠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이런 포부와는 달리 에버랜드와 패션사업은 관련성이 적은 게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에버랜드는 E&A(부동산서비스·건설), FC(급식), 레저(에버랜드·캐리비안 베이) 등의 사업을 삼각축으로 영위하는 회사로 패션과는 무관하다. 일각에서는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가 에버랜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분석한다.



에버랜드는 외향적으로는 작은 회사임에도 삼성그룹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에버랜드가 삼성의 실제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의 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쥐고 있고 삼성생명은 다시 삼성전자, 호텔신라, 삼성화재, 삼성증권의 지분을 각각 7.53%, 7.5%, 9.7%, 11.14% 갖고 있다. 즉, 에버랜드의 주인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2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8.37%씩 나눠 갖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 지분율은 3.72%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인 만큼 이부진 사장이 에버랜드의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실제 지배는 이재용 부회장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장녀 이부진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사장의 역할은 각각 호텔·레저사업과 패션·광고(제일기획)로 나뉜 상태다. 제일모직에 남는 소재·부품사업은 삼성전자에 귀속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 이서현 부사장 거취는?


이번 사업 조정과 관련해 오는 12월에 있을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서현 부사장의 거취다. 이 부사장이 제일모직 내에서 패션·케미컬·전자재료의 중장기 기획·경영 관련 업무를 맡아왔지만 전문성은 패션업무에 치우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 뉴욕의 파슨스를 졸업한 후 삼성의 패션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인 CFDA의 보드 멤버인 이 부사장은 빈폴, 구호, 르베이지, 에잇세컨즈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바 있다.


그런 만큼 부품·소재기업으로 변신하는 제일모직에 이 부사장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오는 12월 사장단 인사 이후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 변화는 오는 12월에 있을 사장단 인사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