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사진=류승희 기자)


비싼 가격·부족한 충전소에 제조사마다 충전방식 달라 혼란 우려

사실상 기아차의 레이EV의 독점시장이었던 국내 전기차시장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가 뛰어들면서 국내 전기차시장도 본격적으로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주로 관공서에서 구매하던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는 측면이 고려되면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높은 가격은 큰 장벽

우선 전기차의 비싼 판매가격이 문제다. 전기차가 소형차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와 주행거리 문제 때문이지만, 판매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기아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레이EV의 가격은 3500만원이고, 한국지엠의 스파크EV는 3990만원이다. 이들 전기차의 기반이 된 레이는 1140만~1570만원, 스파크는 870만~1400만원이다. 전기차의 가격이 기존 경차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소비자들이 경차나 소형차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인데, 소형차인 전기차가 비쌀 경우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전기차를 구입하면 환경부에서 1500만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600만~800만원을 지원해주므로 최고 230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경차' 규모치곤 가격이 비싼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가격, 개발비용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판매가격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사실상 마진을 포기하고 가격을 최대한 낮춰 판매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기술발달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때까지는 가격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파크EV 충전플러그. 위쪽은 완속충전을 아래쪽은 급속충전을 할 수 있는 플러그다. 급속충전플러그는 브랜드마다 다르다(사진=류승희 기자)

2012년 IF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삼성물산 전기차 충전스테이션(사진=머니투데이DB)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전기차의 부담스러운 가격과 함께 충전문제도 전기차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나온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130km 안팎이다. 따라서 충전소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달리다 설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9월 말 현재 전국에 보급돼 있는 충전소는 완속충전기 1000여대, 급속충전기 80여대가 전부다. 단순 숫자만 보면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완속충전기는 주로 관공서 위주로 보급돼 있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

또한 완속충전기로 충전하면 8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급속충전기는 20~3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결국 급속충전소가 제대로 깔려야 전기차를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는 가솔린, 디젤 등 연료의 차이만 있을 뿐 자동차회사마다 연류주입방식이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전기차는 자동차회사별로 충전방식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설치돼 있는 급속충전기는 한가지 방식으로만 돼 있다. 지난 2011년 가장 먼저 출시한 기아차의 레이EV에만 가능한 '차데모'(CHAdeMO) 방식으로 설치돼 있는 것. 'DC(직류)콤보' 방식인 한국지엠의 스파크EV와 'AC(교류)3상' 방식인 르노삼성차의 SM3 Z.E.는 이용할 수가 없다.

스파크EV와 SM3 Z.E.가 본격적으로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만간 이들 차량이 출시될 예정인 만큼 급속충전기 설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기차 보유자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인프라 상황에서 충전방식까지 달라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는 레이EV와 SM3 Z.E.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파크EV 등 DC콤보 방식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 보급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

이처럼 정부의 움직임이 지연되자 DC콤보 방식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급속충전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스파크EV가 출시되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파크EV용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BMW도 자체적으로 충전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충전소 설치를 자동차회사에 맡길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직 한국지엠 상무는 "급속충전에 대한 국제표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모든 전기차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급속충전기에서 세가지 타입으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다른 전기차 급속충전방식

현재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채택한 급속충전방식은 크게 4가지다. 일본 도쿄전력이 개발해 토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중심이 된 '차데모'(CHAdeMO)와 GM·BMW·폭스바겐 등 미국과 독일업체들이 채택한 'DC콤보', 프랑스 르노의 'AC3상', 차데모의 변형인 '중국'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들도 급속충전방식이 제각각이다. 레이EV는 차데모 방식이고 SM3 Z.E.는 AC3상, 스파크EV는 DC콤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내년에 수입될 예정인 BMW의 'i3'도 DC콤보 방식이다.

이처럼 업체별로 급속충전방식이 다른 것은 국제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완속충전은 국제표준이 마련된 데 반해 급속충전은 아직 국제표준이 없다.

이에 따라 전기차 급속충전방식의 국제표준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은 직류방식인 DC콤보와 차데모다. DC콤보는 미국과 독일의 대형자동차회사들이 연합해 가장 큰 세력을 구축한 점이 최대강점이다. 차데모는 전기차 상용화에 가장 먼저 나선 일본업체들이 참여해 일본과 미국(캘리포이아 등 일부) 등에 가장 많이 보급된 급속충전방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