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지난 9월30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이어 10월1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동양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한 후 한달간 동양그룹의 CP(기업어음)와 회사채, 이들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ABCP) 등에 투자해 손실이 불가피해진 피해자들은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투자자들과 동양증권 직원들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동양사태가 도마 위에 올라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이 소환됐고 결국 검찰과 금융당국, 감사원까지 뛰어들어 조사에 나섰다.
이처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현재현 회장일까, 아니면 동양증권 직원들일까.
일단 가장 먼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곳은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이다.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여 막는 데만 급급했을 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동양그룹이 CP를 판매하며 삼척화력발전소의 수주효과를 최소 10배 이상 부풀려 투자자를 현혹시켰다는 그룹 내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 측은 그룹만 믿고 팔았으며 직원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속속 공개되는 사례들을 보면 영업직원들도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도 불구 이런 저런 루트로 새어나와 세상에 알려진 녹취록들은 더욱 가관이다. "문제가 있는 상품을 팔겠느냐", "우리(동양증권 직원)들도 주식을 하지 않고 CP에 투자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무너지겠느냐" 등의 말로 투자자를 유혹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 책임론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이번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부터 동양의 부실징후가 나타났고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를 통해 계열사 CP의 무분별한 편입문제 등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과 지난 2009년 양해각서(MOU)를 맺고 계열사 CP 잔액을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오히려 2009년부터 무려 19조원의 회사채와 CP를 발행해 개인들에게 팔았다.
감독당국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5차례에 걸쳐 부문검사와 종합검사를 실시했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계열사 CP를 투자자의 서면 확인 없이 판매한 사실을 적발해 중징계를 내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피해자라 주장하는 투자자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 투자상품에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반영된다. 100% 안전한 투자상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CP와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 대다수는 전화로 가입하고 나중에 객장을 찾아 사인하는 형식으로 가입했다며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판매'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동양그룹 관련 민원 가운데 CP와 회사채 투자경험이 2번 이상인 경우가 60%에 달한다. 또한 동양그룹의 여러 계열사 회사채에 투자한 사례도 발견됐다.
과연 이들을 '모르고' 투자한 '피해자'로 볼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