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대웅제약과 제일약품, 삼일제약 등이 잇따라 의약품 리베이트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약업계의 불법행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뒷돈을 건넨 사람은 물론 의료인까지 처벌을 받는 쌍벌제가 시행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약사=리베이트’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는 오히려 변종 형태까지 등장하며 리베이트 관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신종 리베이트 비리가 드러나면 ‘어떤 방식의 리베이트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정부가 리베이트전담수사반을 꾸렸지만 부조리를 완전히 걸러내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단속은 제보를 통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리베이트전담수사반에는 하루에도 수건의 리베이트 제보가 들어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대웅제약, 리베이트의 진실은

대웅제약은 지난해 6월 창업자 윤영환 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의 대웅제약 대표이사 복귀와 함께 이전과 다른 마케팅전략을 펼쳤다. 당시 대웅제약은 윤 부회장이 검사 출신인 점을 내세우며 ‘리베이트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도 윤 부회장이 복귀하면서 리베이트를 멀리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난 10월24일 오전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 리베이트전담수사반이 들이닥쳤다. 대웅제약을 둘러싼 리베이트 논란은 여기서 촉발됐다.

그렇다면 이번 압수수색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가장 유력한 설은 대웅제약 내부로부터 나온 제보다. 윤 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웅제약의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동생인 윤재승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내줬다. 윤재훈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도 제외돼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후계자들의 경영권 다툼이 내부 제보로 이어졌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 주변인물 사이에서는 이미 전·현직 내부 인사의 제보 쪽으로 압수수색 이유를 매듭짓는 양상이다. 리베이트 단속이 제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은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의문점은 리베이트전담수사반이 압수수색을 벌일만한 확증이 있냐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대웅제약이 직접적으로 금품을 건네는 등의 리베이트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동아제약의 동영상강의료 리베이트 적발 건처럼 '변종'된 방식으로 리베이트 수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대웅제약을 둘러싼 의혹은 ‘의료기관 홈페이지 지원’을 통한 변종 리베이트다. 대웅제약은 자사 의약품 위주의 처방을 대가로 자회사 엠써클을 통해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를 구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전담수사반은 홈페이지 구축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은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거나 관리해주면서 비용을 대신 처리해주는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대웅제약에 대해 이 같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웅제약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사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삼일제약 등 불법 대열 합류

대웅제약 리베이트 의혹 건이 제약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정부의 리베이트전담수사반 결성 이후에도 좀처럼 리베이트 수수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지난해와 비교해 리베이트 적발 건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

제일약품은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병의원과 약국에 뒷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11일 ‘란스톤캡슐’과 ‘케펜텍플라스타’ 등 13개 제품에 대해 판매업무 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또 2009년 4월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해당기간 동안 판매촉진 목적으로 상품권, 기프트카드, 현금 등을 제공하는 등 불법영업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행정처벌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이뤄졌다. 이번 행정처벌은 약사법상 유통질서문란행위를 저지른 제약사의 해당 제품에 부과되는 행정 제재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당시 한 외국계 제약사의 리베이트와 관련된 참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가 부당하게 해석돼 벌어진 일”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일제약도 지난 5월8일 서울 방배동 본사 압수수색을 받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비난을 받았다. 삼일제약 역시 대웅제약의 압수수색을 둘러싼 의문과 마찬가지로 내부 제보에 의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지난 8월7일 삼일제약의 어린이해열제 ‘어린이부루펜시럽’ 등 30개 품목에 대해 1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삼일제약은 어린이 부루펜시럽 등의 판매촉진을 위해 2003년 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또 2008년 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의료기관 의료인·개설자 등에게 상품권 및 물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의사와 약사 1000여명에게 2009년 이후 수년 간 약 5000회에 걸쳐 9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노병태 대화제약 대표에게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리베이트 사실이 드러나 임원과 의사 등 100여명이 기소됐다. CJ제약사업부는 의사 수백명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의약품 리베이트란?

의약품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의약품 처방 및 판매를 증대할 목적으로 병원(의사), 약국(약사), 다른 제약사 등에게 현금지급, 상품권지급, 수금할인, 식사접대, 골프접대, 물품지원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다.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합하고 효과가 좋은 약을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리베이트 비용으로 인해 효능이 떨어지더라도 유사한 성분의 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있다. 리베이트 비용은 의약품 가격에 반영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