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인류는 늘 부족함에 익숙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를 뒤집은 사건이 산업혁명이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넘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

하지만 넘치는 물자와 넘치는 행복은 동의어가 아니었다. 풍족함을 위해 버려야 할 행복이 많아졌고 오히려 기계에 밀려 생존을 위협받는 일도 허다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도 산업혁명기와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풍족한 물자와 함께 역사 속 많은 인물들이 바랐던 장수마저 가능해졌으니 옛사람들이 보기엔 이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에게 있어 길어진 수명은 노동의 시간이 길어진 것에 불과하며, 더 낮은 질의 삶을 근근이 유지하는 것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큰 돈을 버는 것. 하지만 큰 돈이 어디 그렇게 쉽게 벌릴까.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마음과는 달리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마저 힘겨워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을 뒤집으면 된다.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본 벌기를 포기하면 많은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생각으로 회사를 관두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돈 벌기를 포기했지만 잘 새겨 들어야 한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이기 때문.

회사를 다니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소득만큼의 소비에 익숙해져 통장잔고가 생각만큼 불어나지 않으며 향후 미래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생활과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오피스텔의 월세를 아껴 쓰는 생활은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저자의 좌충우돌기와 행복철학이 담겨 있다.

120만원으로 적자 없는 가계부가 가능할까. 저자의 인생 후반전은 행복이라는 골을 기록할 수 있을까.

채우는 생활에서 행복을 찾지 못했다면, 반대되는 그의 철학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 김영권 지음 / 살림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