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법인 '리서치 수준'… 작년 출점 중국 점포 대부분 '손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실적은 그야말로 속빈강정이다. 지난 3분기 사상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LG생활건강과는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액은 79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56억원으로 5.0% 줄었다.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신민호 아모레퍼시픽 홍보부장은 “현재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매장 확대 등으로 부진하다”며 “영업손실이 언제 이익으로 바뀔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수익 악화 원인은 대체로 방문판매와 해외부문 실적 악화에 있다. 사실 해외시장은 내수시장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타개할 대안으로 화장품업계가 선택한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싱가포르 유명 쇼핑물에서 메이크업쇼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아모레)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3조9000억원 수준인 해외사업 매출액을 2020년까지 12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은 기존 12%에서 15%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시장에 진출한지 20년이 됐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오히려 마케팅 활동 등으로 비용증가만 계속돼 해외사업이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력 지역인 중국의 경우 점포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케팅 비용이 계속 발생해 수익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측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고 말은 하는데 이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보다 앞서 중국시장에 진출해 현재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시세이도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가 점유율이 3위로 하락해 비용을 다시 늘렸기 때문이다.

 
'물량 퍼붓기' 中 사업전략 참패

지난 2분기 기준 중국내 아모레퍼시픽 관련 매장은 총 4147개다. 이 중 마몽드 매장이 절반을 훨씬 넘는 3649개로 가장 많다. 매장 개수에서도 알 수 있듯 마몽드는 중국 매출액의 약 5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브랜드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내에서 비중이 높을 뿐 중국 현지에서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보니 기대만큼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출점한 200개의 마몽드 점포 중 대부분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인 매장 확대와 마케팅 비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아모레퍼시픽의 대중국 전략은 결국 영업이익률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중국에서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를 기록한 이후 점점 낮아져 현재는 절반수준인 3~4%대에 불과하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양으로만 승부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실패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매장 수가 많다보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매장에서 제품을 암시장(블랙마켓)에 내다 파는 일까지 발생한 점도 아모레퍼시픽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100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의 경우 100개를 가져가 제품을 판매한 후 필요한 수량을 다시 요청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200개를 가져가 100개를 판매하고 100개는 블랙마켓에서 판매를 하는 식이다.

이화영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리점들이 능력 이상의 제품을 가져가 재고로 쌓아 놓은 뒤 이를 블랙마켓에서 파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영업효율 개선을 이유로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3분기에만 200개의 마몽드 매장이 철수했다. 딱 지난해 신규로 출점한 매장 수만큼 줄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사업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몽드 매장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당분간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중국 성장률 정상화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해외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 전략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방문판매를 중국시장에서 실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와는 다른 중국의 소비 성향이나 지역 특성상 방문판매를 시작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는 중국 정부의 허가만 받은 상황이며,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전혀 없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중국에서 방문판매를 아직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낮은 인지도를 든다. 방문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판매원이 모여야 하는데, 아직 화장품 인지도가 높지 않아 그만큼의 인력이 모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에서의 수익구조가 나아질 것으로 속단할 수도 없다. 과거와는 달리 해외 로컬브랜드가 대거 중국에 입성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자체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달미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점유율도 아모레퍼시픽과 비슷한 1%대”라며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브랜드를 키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아모레퍼시픽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뉴욕‘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설화수 매장 전경(사진제공=아모레)

◆적자내는 미국·프랑스법인, 시장 리서치만 하나

적자를 내는 해외사업장이 비단 중국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1988년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킨케어 제품 ‘순’ 브랜드로 프랑스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다.

2년 후인 1990년 프랑스 현지 공장을 인수해 ‘리리코스’(Lirikos) 브랜드로 문을 두드렸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그리고 1995년 프랑스 향수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2011년에도 프랑스의 향수업체 아닉구딸의 지분 100%를 사들이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프랑스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력제품인 기초화장품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스킨케어제품이 번번이 실패를 했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3년 9월에는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이라는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레스티지 백화점 버그도프굿맨, 니먼마커스 등 백화점에 입점해 고가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크림'과 '타임 레스폰스 앰플"은 각각 400달러, 500달러 수준이다. 이는 한화로 환산할 경우 40만~5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뚜렷한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프랑스 법인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인데, 특히 프랑스법인은 지난해 실시한 구조조정에만 11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프랑스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855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감소했다.

당분간 미국과 프랑스 법인의 적자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프랑스법인의 영업손실 폭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화영 애널리스트는 “현재와 같은 소폭 적자 수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 측에서는 제품 다변화를 통해 적자를 해소한다지만 1~2년 안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미 애널리스트 역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미국이나 프랑스법인에서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철수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며 “사실 두 법인은 활동하는 것 없이 선진국시장의 리서치 차원에서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