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내부거래 관행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서경배(사진) 회장과 친족 관계인 서명현씨가 최대주주(88.3%)로 있는 태신인팩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다수 대기업이 ‘일감나누기’ 차원에서 외부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단상자와 타상자, 세트쇼핑백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는 태신인팩은 지난해 총 2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금액은 231억원으로 총매출의 94.3%에 달한다. 거래사는 아모레퍼시픽(203억원), 태평양제약헬스케어(15억원), 퍼시픽패키지(11억원) 등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오너 일가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린 건 서 회장과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의 관계 때문이다. 서 회장의 친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2009년까지 태신인팩 지분 9.63%(1만7332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대주주인 서명현 대표와는 친족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 회장과 서명현 대표의 회사 간 내부거래는 10년을 훌쩍 넘어서는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 2011년 태신인팩과 아모레퍼시픽 및 계열사와의 거래 금액은 총 274억원으로 같은해 총매출인 286억원의 95.8%%였다. 2010년에는 총매출 410억원 중에서 382억원(93.2%)의 거래가 있었다. 2009년에도 총매출 567억원 가운데 527억원(92.9%)을 거래했다. 이처럼 태신인팩은 상호를 변경하기 전 태신인쇄공업 시절인 1999년부터 현재까지 90% 안팎의 거래를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 이어오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태신인팩과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의 올해 거래 비중도 과거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신인팩에 따르면 이 회사가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여전히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에 가장 많이 공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계는 올해도 태신인팩과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량이 90%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계열사간 내부 거래 비중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퍼시픽패키지가 지난해 올린 511억원의 총매출 중 474억원(92.8%)이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2011년에는 총매출 436억원 중 374억원(85.8%)의 내부 거래가 있었다.
퍼시픽패키지는 인쇄 및 지기가공 제조와 판매 등을 위해 2010년 태신인팩으로부터 인적분할로 신설된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퍼시픽패키지의 최대주주로 지난해 말 기준 99.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중 51.37%는 서경배 회장에게 있다. 여기에 서경배 회장과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들은 총 59.83%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어 퍼시픽패키지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소유다.
아모레퍼시픽 오너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태신인팩과 오랜 기간 동안 거래를 계속하고 있는 건 제품 및 회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기 때문”이라며 “태신인팩은 한 때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적도 있었다. 많은 비중의 거래가 있다고 해서 일감몰아주기로 보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0년 3월 태신인팩 지분 52.1%를 매입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같은 해 5월 태신인팩의 화장품 포장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퍼시픽패키지란 회사를 설립하고 3개월 뒤인 8월에 태신인팩을 다시 기존 대주주였던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에게 넘겼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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