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재무설계 회사의 자산관리전문가 10인을 통해 혹한기에도 빛난 올해의 베스트(Best) 상품과 워스트(Worst) 상품을 선정하고 그 요인도 짚어봤다(전문가별 베스트·워스트 각 2가지씩 선정). 이를 바탕으로 자산의 변동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을 위한 효율적인 재테크 전략을 세워보자.
◆ 2013년 신예 스타는 롱숏펀드
전반적인 시장의 침체 분위기 탓인지 2013년에는 시중의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빅 히트'상품을 꼽기가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혜성처럼 등장한 상품이 있다. 롱숏펀드다.
'올해를 빛낸 재테크상품'을 묻는 질문에 자산관리전문가 10명 중 6명이 롱숏펀드를 꼽았다. 롱숏펀드는 박스권 장세에 강한 상품이다. 롱숏펀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헤지펀드의 운용전략 중 하나인 롱숏전략(long short strategy)을 활용해 유사업종 중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롱)하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공매도(숏)해 차익을 남긴다.
윤형원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롱숏펀드는 올해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을 상회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올려 롱숏전략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말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11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0.62%인데 반해, 2013년 1월 이전 설정된 롱숏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연초 이후 손실 난 펀드가 없다.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혼]A'는 연초 이후 10.97%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롱숏펀드의 부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금융투자의 패러다임이 '중위험·중수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마케팅부장은 "올해 급상승한 롱숏펀드의 인기는 중위험·중수익 패러다임이 투자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동안 중위험·중수익 투자라고 하면 포트폴리오에 해외채권 일부를 담았던 데서 더 나아가 투자대상을 다양화한 측면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롱숏펀드에 이어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히트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의 파생결합상품이다. 변동성 장세와 저금리 기조가 안착되면서 눈길을 끈 파생결합상품은 올해 특히 더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변수영 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 팀장은 "올해 같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는 폭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지수연계상품이 제격"이라며 "특히 일부 은행권에서 선보인 원금보장형 ELT(주가연계신탁)는 6개월 조기상환이 용이하고, 연 2.5% 수준의 이자도 붙어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영아 IBK기업은행 PB고객부 시장분석가는 "만기 3년짜리가 흔한 ELS에 비해 DLS는 만기가 1년으로 짧고 조기상환비율이 높아 자산가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폭넓게 사랑 받았다"고 말했다
글로벌경기의 회복세로 선진국펀드도 올 하반기 들어 약진이 두드러졌다.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일면서 신흥국펀드의 자금들이 선진국으로 대거 몰려갔다. 송승용 이사는 "미국·일본·유럽지역의 선진국펀드가 많게는 연초 이후 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각됐다"고 말했다.
일명 '모범생펀드'로 불리는 가치·배당주 투자펀드는 올해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상품은 장기적으로 위험을 낮추고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제자리걸음 한 상황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낸 가치·배당주펀드는 단기(2013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유망한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절세 측면에서 비과세 보험 ▲어려운 경기상황에도 선전한 글로벌컨슈머펀드 등이 올해의 베스트상품으로 추천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국내 중소형주(펀드)는 상반기 베스트 상품으로 꼽힌다.
◆ 국내주식형·장기채권, 굴욕의 워스트 상품
반면 2013년 대표적인 '굴욕'의 투자상품은 채권과 국내주식형펀드다. 올해의 워스트 상품으로 전문가 10인 중 8인이 채권을 지목했다.
이영아 시장분석가는 "채권은 종류를 불문하고 큰 시련을 겪었는데 특히 30년 국고채 같은 만기가 긴 상품일수록 급락률이 컸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손실이라도 주식으로 -10%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채권으로 인한 손실에는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국내주식형펀드 역시 대표적인 올해의 워스트 상품으로 꼽힌다. 임주혁 한화투자증권 르네상스점 마스터PB는 "올해는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차라리 지수가 크게 떨어지면 저가매수 현상이라도 있을 텐데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지수로 인해 환매만 잇따랐다"고 평했다. 윤기림 리치빌 컨설팅팀장은 "특히 국내 대형주펀드는 시장지배력이 큰 성격상 테이퍼링의 직접 영향으로 수익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금(金)을 비롯한 원자재상품도 2013년 기를 펴지 못한 불운의 투자상품이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전주지점장은 "올해 시장의 유동성 축소 우려로 가장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 금을 비롯한 원자재시장"이라며 "올해 급락한 만큼 여전히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새해에 몰려갈 수 있는 곳이라는 측면에선 다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013 워스트와 베스트 동시에…'새해 유망주'
2013년 재테크시장을 주름잡은 롱숏펀드와 선진국펀드는 2014년 새해에도 가장 기대되는 유망상품이다.
전문가 10인 중 5인이 선진국펀드를 유망 투자상품으로 꼽았다. 변수영 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 PB팀장은 "2014년에도 올해의 연장선상에서 미국과 유럽시장의 상승이 예상된다"며 "특히 미국은 올 하반기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되며 크게 상승했지만, 과거 신흥국 등지로 빠져나간 돈이 3분의 1밖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새해 양적완화 축소는 글로벌경기를 다시 한번 요동치게 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회복을 전제로 하지만, 자금 축소과정에서 시장의 동요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러한 변동성 장세에서는 롱숏펀드의 가치가 다시금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송민우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PB팀장은 "롱숏펀드가 아직 생소한 투자자들이 많겠지만 내년 포트폴리오의 한축으로 눈여겨볼 만하다"며 "만일 투자상품에 100만원을 투입한다면 이 중 30만원은 롱숏펀드로 가져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의 워스트 상품'으로 체면을 구긴 국내주식형펀드를 2014년에 눈여겨보라는 의견(3인)이 많았다는 것이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마케팅부장은 "올해에는 증권사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던 2003년과 매우 닮아있다"며 "과거가 반드시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진 침체를 겪은 2004~2005년에 호황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새해에는 지난 3년간의 부진을 털고 국내주식형펀드들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걸 KB국민은행 재테크 전문위원도 "내년 유망상품으로 꼽히는 유럽펀드보다는 국내주식형펀드의 상승이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국내 증시로 외국인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나, 주가지수는 연초와 동일 수준으로 경기회복과 더불어 지수상승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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