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2013년 프로야구도 끝나고 지금은 2014년을 대비한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이다.

올해는 류현진과 추신수로 대표되는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천만의 말씀. 올해만큼 이슈도 많고 이변도 많았던 시즌은 없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2013년 국내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11년만에 '가을야구'를 선보인 LG트윈스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 삼성라이온즈로 압축된다.

특히 팬들에게는 LG트윈스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아빠 손에 이끌려 잠실야구장에 갔던 꼬마가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와서야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LG 트윈스를 보며 감동했다는 이야기부터 10년 만에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는 열성 팬까지…. LG의 부활과 함께 그동안 기죽어 있던 LG팬들도 다시 살아난 한해였다.

▲사진=뉴스1 김대웅 기자
LG트윈스가 10년 동안 부진했던유는 무일까. LG팬들이라면 10년이란 세월만큼 무수히 많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한 스포츠신문 기자는 LG야구를 '강남 도련님야구'로 평가했다.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응집력이 부족하고 유난히 팀 내 불화설도 많았던, 빈 수레가 요란한 팀이었다는 것이다. 항상 시즌 초반까지는 선두권을 노리다가 중반 이후에는 급강하했다. 선수들의 패배의식은 강하고 체력과 의지는 약했다.

그랬던 LG야구가 달라졌다. 39세 노장 이병규를 비롯한 선배들의 몸을 불사른 투혼과 후배들의 의지, 거기에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LG트윈스의 기록은 타격 2위, 방어율 1위였고 병살타는 가장 적었다. 모래알 팀워크가 살아나면서 팀 분위기도 살아났고 이에 팬들도 덩달아 기운을 차리면서 올 한해 신바람 야구를 하게 된 것이다.

LG의 신바람 야구에 더 신난 팬들은 10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유광점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LG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던 6월 유광점퍼는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합쳐 400벌 정도가 입고됐지만 이마저도 2시간 만에 다 팔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유광점퍼를 구입하려는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장관도 연출됐다고 한다.

반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삼성라이온즈는 대단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다. LG트윈스 만큼 감동 있는 스토리를 쓰지 못한 것이다. 고작해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베어스에게 역전했다는 정도? 하지만 그것도 우승하면 본전, 못하면 이상할 정도였기 때문에 빛이 바랬다.

스토브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라이온즈 얘기는 별로 없다. 시장 최대어였던 정근우(70억원)·이용규(67억원)에게만 무려 137억원을 투자해 낚아채더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대수(20억원)·한상훈(13억원)·박정진(8억원) 등 내부 FA 선수들에게도 41억원을 투자하는 등 거의 200억원에 육박하는 통큰 베팅을 한 한화이글스가 가장 주목받았다.

반대로 두산베어스는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내부 FA 3인방이었던 이종욱·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이 모두 팀을 떠났고, 감독도 사퇴했다. 팀 컬러 자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일 텐데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2014년 프로야구에서 어느 팀이 치고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프로야구라는 스포츠에서도,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비즈니스에서도, 또한 주식시장에서도 스토리가 있어야 뜬다는 것이다.

만약 LG트윈스가 별도로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됐다면(물론 LG트윈스 야구단은 지주회사인 LG에 속해있다) 올해 주가는 대박을 쳤을 것이다. 10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서 턴어라운드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3~4배 정도 급등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선 지난 47년간 제약업계 부동의 1위였던 동아제약을 대신해 유한양행이 새로운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기업분할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됐고 유한양행은 블록버스터 신약 도입으로 매출이 급등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렇게되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유한양행을 주목하게 되고 주가도 반응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스토리를 실제 주식시장이나 일상적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기업의 주가가 바닥권에서 회복시도를 보일 때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주가 자체의 등락은 커지게 마련이다.

회복의 신호도 포착해야 하고 그에 따른 확신도 있어야 하며 시장 자체의 분위기도 좋아서 투자할 자금이 풍부해야만 수익이 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가치를 지닌 1등 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내외 증권사에서 발표하는 2014년 투자유망종목 탑픽 리스트에서는 빠지는 경우가 제법 많다. 오히려 SK하이닉스를 탑픽으로 선정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업계 1위는 아니지만 1983년 현대전자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이래 20여년간 굴곡의 역사를 갖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성공스토리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2014년 LG트윈스처럼 기적적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만한 비즈니스나 주식은 어떤 것일까.

트리플플러스 대표 이승원의 주식 매매기법
턴어라운드 주식 발굴하기
 
LG트윈스가 장기간 침체 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듯 주식시장에서도 오랜 침묵 끝에 부활을 예고한 업종이 있으니 바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장비 업종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턴어라운드를 할까 말까, 투자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기업은 주성엔지니어링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올해 2분기에 이미 흑자전환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주가도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닥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닥 탈출 이후 주가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최근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롱숏펀드의 영향일 수도 있고 코스닥시장 자체가 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아 투자적기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속적인 흑자전환과 8~10월까지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점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결국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토대가 되고 있다.

아마도 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의 마음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트윈스 팬들의 마음처럼 간절하리라. 비록 LG트윈스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의 턴어라운드는 꼭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빅데이터분석
 
2013년 프로야구를 동부증권의 빅데이터분석 도구인 DOMA로 확인해봤다. 올해의 인물로는 역시 류현진이었다. 물론 추신수도 최근 이적계약을 앞두고 검색량이 늘었다. 삼성의 3연패도 이슈였지만, 올해의 화두는 역시 LG의 유광점퍼와 관련된 얘기가 많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문턱까지 갔지만, 스토브리그에서 팬심과 멀어졌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서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증권회사 분석툴의 성격상 주식시장과 관련 있는 턴어라운드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프로야구'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