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소위 B급 문화로 전 세계를 강타했다면 2013년 여름엔 단연 이 그룹이 또 하나의 B급 문화를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크레용팝이다.

TV에서, 라디오에서, 길거리에서 참 많이도 들렸던 '빠빠빠'는 야구장에 가도, 축구장에 가도 응원가로 꼭 나왔고 심지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의 깜찍한 율동과 함께 시시때때로 불려졌다.


여기에 또 얼마나 많은 패러디와 팬덤을 양성했던가. 빌보드에서 '빠빠빠'를 극찬하는 기사가 뜨면서 김구라의 '구라용팝'을 비롯해 수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졌고 군인도 5기통춤, 경찰도 5기통춤, 대학생·아줌마 할 것 없이 리듬에 맞춰 뛰었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또한 크레용팝이 가는 곳마다 아저씨들이 따라다녔다. 크레용팝의 트레이드마크인 헬멧과 트레이닝복까지 맞춰 입은 그들은 10대 팬 못지않은 환호와 떼창으로 공연장을 점령했고 우리는 이들에게 '팝저씨'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붙여줬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크레용팝은 뒤늦게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점령했고 점점 TV에 나오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결국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눈물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슈를 쫓아다니며 돈 냄새를 맡는, 당시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은 크레용팝의 소속사가 어디인지부터 챙겨봤을 것이다. 그곳은 바로 이름부터가 키치스러운 크롬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소속 연예인이 고작 5명으로 크레용팝이 유일하다. 이렇게 대형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잘나가는 작곡가가 만든 노래도 아니며, 그렇다고 비주얼로 먹고 사는 아이돌도 아닌데 크레용팝은 어떻게 떴을까.

첫번째 요인은 크롬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능력이다. 자금력과 인지도가 부족한 신생 기획사가 선택한 것은 철저하게 SNS에 의존하는 '입소문 마케팅' 전략이었다. 크레용팝이 데뷔도 하기 전인 2012년 초부터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을 올리고 활동내용을 네티즌에게 공개했다.

일본여행, 보컬트레이닝 영상 등 숱한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공유했고 평범하지 않은 그녀들의 영상이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팬들을 확보해나갔다.

두번째는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코드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소위 '가사'보다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비언어적 퍼포먼스' 즉 'non verbal'을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흥이 나고 신나면 좋은 것이다. 교복, 이소룡 복장, 트레이닝 패션 등 특이한 무대의상에 재미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크레용팝에 국내외 팬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환호한 이유다.

물론 한쪽에서는 크레용팝의 질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는 '일베 논란'과 '빠빠빠' 이후의 행보에 관한 것인데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무르익기도 전에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이 크레용팝과 손을 잡으면서 갖가지 루머와 우려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소니뮤직은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에이브릴 라빈, 어셔, 다프트 펑크 등 대형 팝스타들이 소속돼 있는 곳이다. 일단 소니뮤직 코리아는 "해외시장 공략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나오는 콘텐츠에 대해서 해외에 적극 알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발매하려는 계획을 갖고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앨범 발매나 음악적 지원보다는 해외 판권과 홍보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계약이다.

크레용팝의 무게에 맞는 딱 그만큼의 관심과 지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약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K팝에 대한 글로벌 음악시장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됐든 이 계약으로 크레용팝은 소위 글로벌그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신생 기획사가 꿈꿀 수 있는 한계까지 간 것이고 크레용팝은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를 했다. 

비즈니스 세상이나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시장에서 팔릴 만한 좋은 제품을 잘 생산하고 잘 팔아서 이윤이 많이 나면 주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어필해서 잘 팔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 쉬운 논리지만 2000여개의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그런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생각만큼은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주목받은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위닉스다. 올해 고온다습한 여름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장 뜨는 가전제품이 '제습기'였고 작년에 40만대 규모였던 시장이 올해 140만∼150만대로 급증했다. 앞으로 2∼3년 내에 300만대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선두에 위닉스가 있다.

제습기시장을 37년째 이끌고 있는 위닉스는 제품자체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았다. 그런데 올해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운 적극적인 마케팅과 SNS를 통한 홍보덕택에 이름을 알렸고 이 기세를 몰아 올 겨울에는 에어워셔시장에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기업을 골라야 주가가 오를지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정보가 없었던 '듣보잡' 기업들이 이제는 투자자 사이에서 회자되고, 심지어는 증권사의 분석자료에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새로운 입소문 마케팅으로 거듭난 SNS의 파워와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트리플프러스 대표 이승원의 '듣보잡' 주식 매매기법
아줌마에게 물어봐!

지난 2012년에 히트했던 라면 '나가사끼짬뽕'을 먹으면서 삼양식품의 주가를 생각한 적이 있는가. 생수시장의 절대강자 '삼다수'의 판매권이 광동제약으로 넘어갔을 때 주가의 움직임을 챙겨본 적이 있는가. 올 여름 제습기를 구매했거나 혹은 고민해봤다면 어떤 주식을 챙겨봐야 할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거창하게 말했지만 결론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식은 그저 동네에서 쉽게 만나는 아줌마들의 쇼핑 목록만 챙겨봐도 그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성능과 가격에서 올해 주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 제습기. 그 제습기시장의 1위 기업인 위닉스는 실적도 드라마틱하게 올랐다. 그동안 기껏해야 매분기 10억∼30억원 정도의 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던 위닉스의 올해 매출과 이익은 각각 50%, 400%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는 사용하지 않던 물건을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에서 주식투자는 시작된다. 아줌마들의 '설레발' 속에, 그리고 생활 속에 대박은 숨어 있다.



빅데이터 분석
 
크레용팝을 동부증권의 DOMA를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해봤다. 데뷔 이전부터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 홍보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팝저씨'로 대표되는 삼촌팬도 보인다. 싸이가 함께 확인되는 것은 B급 문화를 대표하는 스타이기 때문이다.
역시 대표곡인 '빠빠빠', 그리고 최신곡이자 표절논란까지 빚은 '꾸리스마스'가 한자리를 차지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크레용팝' 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