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재미있는 영화, 소위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 여부로 평가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자극적인 소재, 파격적인 비주얼로 상영이 끝난 후 어지러운 이미지만을 남기는 영화들이 수십 편씩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요즘, 오랜만에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만났다. 특별한 반전 없이 결말이 예측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영화 <그래비티>다.


필자가 <그래비티>에 관한 입소문을 처음 들은 건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였다.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의 만남에 '또 로맨틱코미디야?'라고 생각했지만 평범한 로코를 베니스영화제 상영작으로 뽑지는 않았을 터. 얼마 전에야 보게 된 <그래비티>는 우주재난영화를 넘어서는 인간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보통 이런 영화는 지루하다. 그러나 광활하고 적막한 우주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화면과 산드라 블록·조지 클루니의 눈빛과 숨소리,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연기만으로도 영화는 꽉 찬 느낌이었다. 지루하기보다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래비티>에 대한 찬사는 비단 평범한 영화 관객인 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시대를 뛰어넘는 미친 영화'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우일 영화평론가는 '영화역사를 <그래비티> 이전과 이후로 나눌 대단한 영화'라고 썼다
 
사실 이 영화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는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이다. 무중력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5년간 조금씩 특수촬영기법을 발전시키며 영화 제작을 준비해왔고 영화 곳곳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적 장면과 대사가 가득하다.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오스카 작품상을 점칠 정도로 감독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그의 뮤즈가 되어 철저히 스톤박사로 살았던 산드라 블록을 주목하고 싶다.


산드라 블록은 금발의 예쁜 여배우가 아니다. 다소 남성적으로 보이는 턱선에 평범한 외모의 그녀가 할리우드에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산드라 블록의 최대 히트작인 <스피드>에서의 연기를 혹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그녀는 '메소드 연기' 계파의 정신적 지주이자 위대한 연기 스승으로 불리는 샌포드 마이스너로부터 수업을 받으며 연기의 기초를 쌓은 실력파다.

꾸준히 영화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드> 이후 딱히 기억에 남는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 그녀였지만 2009년 <블라인드 사이드>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전미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등 소위 미국 3대 영화제를 싹쓸이하며 배우로서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초에 충실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진실된 그녀의 연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나탈리 포트만을 거쳐 산드라 블록에게 전달된 <그래비티>의 시나리오가 꼭 자기를 닮은 배우를 선택한 셈이다.
 
시선을 돌려 투자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과 신기술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한 이래 '혁신'이란 단어가 기업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스마트폰의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출시 경쟁이나 플렉서블 경쟁만 해도 그렇다. 과연 그렇게 비싼 가격에 그런 기능이 꼭 필요할까. 정작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복잡하고 비싼 것이 아니라 떨어져도 잘 깨지지 않고 통화품질이 좋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단순한 기능일 수 있다.

주식에 대한 판단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은 기업의 오너는 물론이거니와 최고경영자, IR 담당자까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언론의 관심을 끌어 주가를 띄울 수 있을지 고심한다. 때마다 쏟아지는 각종 보도자료와 글로벌 홍보전략,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 발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또 투자가들은 어떤가. 그 기업에 대한 진짜 중요한 핵심요인, 즉 기본에 충실한 펀더멘털 분석보다는 각종 정보, 차트의 움직임, 뉴스거리를 더 찾아다닌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눈이 멀어 중요한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영화 <그래비티>의 미덕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바로 '단순함'과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회사를 선택하고 매매의 타이밍을 잡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더 쉽게 얘기하면 마진율이 좋아지고 있는지 떨어지고 있는지 정도만 파악해도 주식투자의 성공률은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영화 평론가 이우일의 평.

한마디로 영화역사를 <그래비티> 이전과 이후로 나눌 대단한 영화다. 비주얼로도 최고의 경지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의 조화다. 우주에서 미아가 된 산드라 블록이라는 한 여성의 지구 귀환 스토리일 뿐이지만,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의 대화 하나 하나가 인생을 설명하고 있다.

복잡하고 화려한 구성이 때로는 볼거리를 자극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함'(Simplicity)이나 '기본'(basis)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대하다고 하지만 결국 시련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또 그 시련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며 결국 이겨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한마디로 위대한 영화다. 감독은 물론 산드라 블록, 조니 클루니 모두에게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트리플플러스 대표 이승원의 주식 매매기법
영업이익률에 주목하라
 
주식투자에 있어 장기적으로 참고할 만한 딱 하나의 투자지표를 찾는다면 영업이익률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전망일 것이다. 영업이익률을 투자의 척도로 삼기 위해선 산업 내 사이클에서 각 기업이 선점한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애플의 경우 스마트폰 공급초기인 2011년에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37%를 넘었지만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규모는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2012년 이후 주가도 하락세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는 달리 2011년 10%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내다가 올해는 17%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애플의 주가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엇갈렸던 수많은 요인 중에서도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물론 삼성전자의 절대수준이 아직 낮다는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말이다.

2011년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가가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리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도 결국은 스마트폰시장에서 현재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는 만큼 두 기업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그래비티>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