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유는 주변 환경에 해당한다. 환경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한 개인이 사회환경과 국가환경을 직접 바꿀 수도 없다. 어차피 어떤 환경이든지 모든 사람에게 우호적인 시대는 없었다.
따라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개인이 직접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임에도 자산을 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계속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았지만 결국 경제적 부흥을 이뤘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문화수준, 사회구조, 소비패턴 등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지금, 그 시절과 같은 생활태도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예전에는 무조건 일을 많이 하고, 돈을 쓰지 않고, 저축만 해도 되는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개개인들이 경제와 관련된 상식과 지식을 많이 갖췄다.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목표를 정해야 한다. 목표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목표의 절실함이나 당위성이 분명하다면 실천의지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재정목표는 '경제적 안정을 찾겠다', '잘 살고 싶다'. '부자가 되겠다'는 식으로 추상적이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매달 생활비를 어떤 범위 내에서 쓰겠다, 사교육비는 최대 얼마까지만 지출하겠다, 평균 얼마씩 저축하겠다, 부채를 얼마만큼 줄여서 부채비율을 어느 수준까지 낮추겠다, 해외로 유학을 가는데 필요한 돈을 모으겠다, 자동차를 새로 사겠다, 집 내부가 낡아서 인테리어를 다시 하겠다, 사업을 확장하고 매장을 몇평으로 늘리겠다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여행을 2주간 가고 싶다, 앞으로 계속 올라갈 전세보증금을 생각할 때 아예 전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집을 마련하겠다, 현재 살고 있는 소형아파트에서 중형아파트로 옮기겠다, 아이 교육을 위해 교육여건이 좋은 동네 또는 출퇴근이 손쉬운 곳으로 이사를 가겠다 등 비교적 상세하게 목표를 정하도록 하자. 먼 훗날 자녀가 결혼할 때 얼마를 지원해줄 것인지도 미리 정해 놓으면 좋다.
◆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하라
여러개의 목표들은 각기 단기목표, 중기목표, 장기목표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목표는 목표의 특성에 따라 서로 독립적일 수도 있고, 종속적일 수도 있다. 종속적인 경우에는 중기목표를 달성한 뒤 장기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와 단기목표를 달성한 뒤 중기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포함된다.
예컨대 저축을 얼마씩 하겠다는 것은 단기목표고, 목표로 하는 저축이 이뤄지면 내 집을 마련하거나 아파트의 평수를 넓히는 것은 중장기목표다. 또한 유학을 갈 때 필요한 돈을 모으겠다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일주일에 얼마를 벌겠다는 계획은 하위 목표에 들어갈 수 있다. 생활비를 어디까지 줄이느냐가 상위 목표라면 그 아래 목표에는 생활비를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이 들어가면 된다.
단기·중기·장기목표는 기간을 고정시켜 구분하는 것보단 목표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더 낫다. 주거하는 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월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을 단기목표, 전셋집에서 내 집(소형아파트) 마련하는 것을 중기목표, 소형아파트에서 중형아파트로 옮기는 것을 장기목표로 할 수도 있다.
이때 단기목표인 월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옮기는 기간보다 동남아로 여행가는 단기목표를 달성하는 기간이 더 길 수도 있다. 유럽여행이라는 중기목표의 기간을 중형아파트로 넓혀가는 장기목표의 기간과 비슷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단기목표로 설정하고, 불확실성이 클수록 장기목표로 간주하는 게 좋다. 단기 또는 중기목표의 달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중기 또는 장기목표다. 하위 목표가 달성됐다 하더라도 미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위 목표가 달라질 수도 있다.
◆ 여러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목표는 중요도에 따라 달성할 순서를 정해놓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 중 다른 가족과 상의가 필요할 경우 사전에 의논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돈이 꽤 들어가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목표에 들어간다면 가족 구성원마다 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어떤 물건을 가장 먼저 구입할지 합의를 봐야 한다.
올해에는 아내의 뜻을 우선적으로 존중하기로 했다면 내년에는 남편의 뜻을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등 민주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때로는 장기목표의 중요성이 하위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지배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은퇴한 후 부부가 재정 자립하는 것을 꼭 달성해야 할 장기목표로 설정했다면 단기목표 중에서는 매달 얼마씩 저축하는 것이 자녀 사교육비를 얼마까지 지출하겠다는 것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높은 순위에는 왜 그 목표가 다른 목표보다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지 당위성을 적어놓도록 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충분히 설명해 납득시켜야 한다. 아직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보도자료, 인터넷 정보, 통계자료 등을 보여주면 객관적으로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 목표에 도달하는 예상기간을 적어 놓아야
각 목표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기간은 그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가 6개월일 수도 있고 1년일 수도 있다. 3년이 장기일 수도 있고 10년이 장기일 수도 있다. 특히 노후생활에 관한 목표라면 10년보다 훨씬 더 길게 기간을 설정해도 된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중장기 목표로 삼았고 그 목표 달성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부채를 갚아나가면서 가계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과정은 기간을 짧게 잡아 여러 단계로 나눠 목표를 설정하면 더욱 좋다.
목표에 도달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되므로 그 다음 단계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데도 힘이 실린다. 이러한 목표도 갑작스러운 난관에 부딪힐 경우 예상기간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예상치 못했던 실직을 할 수도 있고 거래처가 부도가 나서 들어와야 할 큰 돈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불가항력의 일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이럴 땐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 바람직한 재정목표는 '균형'
재정목표는 자산을 늘리는 대신 부채는 줄이고 재정적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삶의 질도 어느 수준까지 유지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개인적 욕망부터 충족시키는 경우에는 다른 가족에게 고통을 주거나 재정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요원해진다.
KBS 2TV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어떤 주부는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휴직 중인데 마샬아츠(서양으로 전파된 동양무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기존 동양무술보다 퍼포먼스 요소가 강함)에 빠진 남편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2012년 1월16일 방영). 그녀의 남편은 잘 나가던 태권도 사범을 그만두고 마샬아츠에 빠져 한달 수입이 10만원도 안될 때가 많아 통장잔고는 이미 0원이 된 지 오래됐다는 것. 그녀는 출산 시 병원비가 없어 진통이 와도 내내 돈 걱정만 했으며 딸 아이를 기르면서부터는 예방주사 맞힐 돈이 없어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정에 최소한의 재정목표조차 설정되지 않은 경우라 하겠다.
이와 반대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또 다른 주부는 남편과 함께 닭갈비집을 운영해 모은 돈이 꽤 되지만 남편이 워낙 돈을 쓰지 않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2012년 1월2일 방영). 이 가정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식비가 별도로 들지는 않지만 그외에 17개월 되는 아이의 기저귀 값, 두사람의 휴대폰비용, 전기세, 가스비 등을 합쳐서 한달 생활비가 15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쓰레기 봉투는 돈 주고 구입한 적이 없으며 동네 돌아다니다가 다 안 채운 쓰레기 봉투를 가져와 꽉 채워서 버린다. 가구는 버려진 것을 주워다 쓴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으며 결혼 후 3년간 부인이 받은 선물은 2300원짜리 과자 한봉지가 전부일 정도다.
남편이 이처럼 돈을 아끼는 이유는 임대가 아닌 건물을 사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최종목표이기 때문이다. 부인은 "남편이 나중에 호강시켜준다고 하는데 사고라도 당해서 죽으면 억울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건물 매입이라는 목표의 달성시기를 다소 늦추는 것으로 수정하면 되는 사례다.
이처럼 재정목표를 지나치게 무리하게 세우면 삶의 질이 너무 낮아져 가족이 힘들어한다. 따라서 현재 삶의 질도 고려해 재정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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