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심경은 어떨까. 소치동계올림픽을 맞는 LG전자의 처지가 이러하다.

LG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후원사가 된 삼성전자가 올림픽 대목을 맞아 글로벌시장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공식후원사가 아니기에 경쟁사인 삼성전자처럼 소치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전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마케팅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삼성전자는 올림픽 공식 휴대폰 업체로 선정된 것은 물론 개최지 현장에서의 홍보관 등을 통해 브랜드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 제고활동에 나선다.

이러한 활동이 불가한 LG전자로서는 올림픽 기간에 고화질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사의 제품을 구매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소치'에 대해 삼성은 말이 많고 LG는 조용하다.


삼성 갤럭시 팀 선수들이 ‘삼성 스마트 올림픽(Smart Olympic Games Initiative)’ 발표회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 공식 폰 ‘갤럭시 노트3’를 체험하고 있다 .



◆삼성, 갤럭시팀+갤노트3+와우+갤럭시스튜디오…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올림픽 후원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무선통신분야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이래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총 8회 올림픽 공식후원을 진행했다.

글로벌 브랜드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999년 32억달러에서 2013년 396억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삼성 제품뿐 아니라 25년간의 올림픽 마케팅도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맞아 삼성의 올림픽마케팅 비전인 '스마트 올림픽'을 선보이며 전세계인들이 올림픽을 함께 즐기고 새롭게 느끼도록 할 계획이다. '스마트 올림픽'은 소치올림픽을 맞아 선보인 삼성 올림픽마케팅의 새로운 비전으로 '와이어리스·심리스·페이퍼리스'(wireless·seamless·paperless) 올림픽을 지향한다. 자사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전세계인이 소치 동계올림픽을 함께 즐기고 가깝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각국 국민들이 응원을 통해 올림픽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삼성 갤럭시팀'을 발표하면서 소치올림픽 마케팅에 본격 돌입했다. '삼성 갤럭시팀'은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국, 독일 등 16개국에서 운영된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삼성은 자사의 무선 경쟁력을 톡톡히 홍보하게 됐다. 우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 휴대폰으로 선정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를 올림픽 후원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전원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

여기에 삼성전자는 소치올림픽을 맞아 무선 올림픽 정보서비스 프로그램 'WOW'(Wireless Olympic Works)도 강화했다. 무선통신 기반의 와우 앱은 소치올림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좋아하는 선수에게 응원메시지 보내기, 전세계 스포츠 팬과의 실시간 대화 등 올림픽과 관련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경기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선보였던 와우서비스를 이번에는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앱으로 발전시킨 것.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대회 기간, 러시아 올림픽파크와 소치 시내에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를 운영해 누구나 삼성전자 모바일기기 및 기술을 통해 올림픽 경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소치 장애인 동계올림픽까지 공식 후원, 이 행사를 위한 모바일 앱인 '액세서빌리티 맵'(Accessibility Map)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후원하고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러시아 장애인협회가 공동 개발한 '액세서빌리티 맵'은 러시아 전역에서 장애인 친화도시 인프라(운동시설·쇼핑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 장애인들의 생활 편의성 제고를 도모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림픽경기장과 소치 해변, 여가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장애인에게 불편 없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배리어 프리 소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장애인 올림픽기간 중 일반인과 장애인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스마트올림픽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삼성 모바일기술이 선사하는 혁신적이고 인터랙티브한 올림픽 경험이 올림픽 팬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치 장애인 동계올림픽은 알파인 스키, 바이애슬론 등 5개 종목에 걸쳐 3월7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올림픽 마케팅을 전개한다. 측면 테두리를 중심으로 홈버튼, 스피커, 후면 카메라 부분과 S펜에 로즈 골드 색상을 적용한 '갤럭시 노트3 로즈 골드' 출시에 맞춰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슈카 모양의 충전기 등을 증정하는 '소치 골드 페스티벌'을 2월7일까지 진행한다. 올림픽기간에 맞춰 응원 캠페인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진행할 방침이다.

LG전자 TV체인지업 페스티벌

◆LG, TV 할인 행사·경기 중계앱 론칭·헌혈 캠페인이 전부

IOC가 삼성과 손을 잡으면서 LG전자는 '소치'에 대해 할 말이 없게 됐다. 다만 '쉬쉬'하면서도 올림픽 특수를 노리려
는 눈치다. LG전자는 공식후원사는 아니지만 소치올림픽 효과를 조금이라도 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식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올림픽 관련 얘기를 할 수 없다"며 "소치올림픽과 관련해서는 TV 판촉활동을 진행하는 정도"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LG전자는 소치 올림픽을 대화면으로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LG TV 체인지업 페스티벌을 진행 중이다. 2월23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초박형 디자인의 올레드TV ▲풀HD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의 울트라HDTV ▲50인치 이상의 TV 등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캐시백 혜택도 제공한다.

또한 LG전자는 소치 올림픽 경기를 중계해주는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 TV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올림픽 경기 VOD 앱 형식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IOC가 비(非)후원사들의 엠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LG전자가 과연 '소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숨어서 마케팅을 한다는 뜻의 엠부시 마케팅은 '대한민국 선수를 응원합니다'처럼 올림픽과 직접 관련된 엠블럼이나 문구 대신 애매한 문구를 넣어 자사의 브랜드·제품을 올림픽과 연관 있어 보이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원칙적으로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아니면 이와 관련된 어떤 마케팅도 전개할 수 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