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대회의실에서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빙상국가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피겨 여제' 김연아였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소감을 듣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취재진들은 김연아 선수의 포부와 함께 기자회견에 임하는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 선수는 지난 1월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을 떠났다. 손연재 선수는 공항에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는 인터뷰를 했고 이 모습 역시 수많은 매체들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도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움직이는 광고판, 김연아·손연재

이러한 광경을 보며 흐뭇해 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김연아·손연재 선수가 입고 나온 트레이닝복에 로고 및 브랜드가 부착된 회사들이다. 이 기업들은 두 선수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인터넷과 신문지면에 보도되면서 기업 로고가 노출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스포츠마케팅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김연아 선수와 손연재 선수의 트레이닝복 혹은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연아 선수와 손연재 선수처럼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선수의 트레이닝복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김연아 선수의 트레이닝복에는 KB금융그룹과 맥심(동서식품), 삼보모터스, 에이스침대의 로고가 부착돼 있다. 해당 기업들은 김연아 선수의 트레이닝복에 자사의 로고를 붙이기 위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후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연아 선수뿐만 아니라 '김연아 키즈'라고 불리는 피겨국가대표 김해진·박소연 선수의 트레이닝복에도 이들 회사의 로고가 붙어 있다.

손연재 선수는 김연아 선수와 조금 다르다. 손연재 선수의 트레이닝복에는 KB금융그룹과 KCC건설, LG WHISEN(LG전자 에어컨브랜드)의 로고가 부착돼 있다. 이 중 KB금융을 제외한 KCC건설과 LG 휘센은 손연재 선수를 '개인적'으로 후원한다.
 
따라서 KCC건설과 LG 측은 손연재 선수의 개인일정에만 자사의 로고를 부착할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대한체조협회를 후원하고 있어 손연재 선수가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하는 경우에도 로고 노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각 기업들이 김연아 선수와 손연재 선수를 후원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관련업계에서는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는 신한금융의 후원을 받았다. 메달 획득 직후 신한금융은 양학선 선수에게 1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마케팅 관련업계에서는 양 선수와 김연아, 손연재 선수를 비교해 각 선수에게 지원하는 금액이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김연아 선수와 손연재 선수를 후원하는 KB금융, 동서식품, KCC건설, LG전자 등은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모델료를 지급함으로써 부수입까지 챙겨주는 셈이다.

마케팅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원금과 모델료는 별개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원금과 모델료를 합칠 경우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노출빈도 따라 달라지는 광고단가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 기업의 로고를 붙일 때 지불하는 비용은 위치마다 다르다. 텔레비전 중계화면에 잡힐 수 있는 확률에 따라 노출빈도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종목이 프로야구다. 국내 프로야구 각 구단은 계열사 및 일반기업들과 스폰서십을 체결한다. 후원비용은 로고를 부착하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모기업 없이 후원을 통해서만 이익을 창출하는 '넥센 히어로즈'를 보면 위치마다 마케팅 비용이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스폰서십은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로 나뉜다. 플래티넘은 최소 30억원, 골드는 10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용을 많이 내는 후원사들은 노출빈도가 높은 위치에 로고를 부착한다. 유일한 플래티넘 후원사인 현대해상은 선수들의 헬멧과 포수 뒤, 야구장 펜스에 로고를 부착했다. 골드 스폰서로 참여한 알바몬은 유니폼 상의 오른쪽 팔꿈치 위쪽에 로고를 붙였다.
 
야구 유니폼 중에서 마케팅 비용이 가장 비싼 곳은 가슴부위다. 이러한 이유로 모기업의 로고나 CI가 이 부분에 들어간다. 넥센 히어로즈는 가장 후원금을 많이 내는 넥센타이어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뒤를 이어 헬멧, 어깨, 팔꿈치 순서로 비용이 많이 들고 유니폼 하의가 가장 저렴하다.

야구장에서도 위치에 따라 광고비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비싼 위치는 바로 포수 뒤쪽이다. 이 자리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카메라에 잡혀 기업로고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다. 야구장 펜스가 그 다음으로 비싸다. 타자가 타구를 날릴 때마다 카메라에 잡히기 때문.

최근 뜨는 곳은 선수들과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대기하는 더그아웃이다. 과거에는 광고가 잘 붙지 않는 곳이었지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카메라에 잡혀 광고명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