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70억 인구를 TV 앞에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전쟁도 천재지변도 아닌 스포츠다.

지난 2002년 열린 한일월드컵은 세계 213개국에 중계됐으며, TV 시청자수는 연인원 약 600억명으로 추산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 세계인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스포츠 경기를 브랜드 가치 향상의 기회의 장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게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산업의 성장과 함께 스포츠마케팅시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스포츠마케팅시장이 가장 잘 형성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스포츠산업 규모는 2011년 기준 4110억달러이며,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의 스포츠 광고와 스포츠마케팅 투자금액은 273억달러다. 이는 스포츠경기에서 발생하는 매출인 216억달러보다 10억달러가량 많다.



미국의 스포츠마케팅 시장이 커진 것은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주정부와 기업 간의 상호협력 모델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스포츠산업을 지원해 전체 산업 중 매출이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에 비하면 국내 스포츠마케팅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2011년 기준 국내 스포츠마케팅시장은 2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스포츠마케팅의 바이블로 불리는 코카콜라


스포츠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건 코카콜라의 올림픽 마케팅이다. 이는 업계에서 스포츠마케팅의 바이블로 불린다.

코카콜라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애틀랜타올림픽 공식후원사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와 올림픽, 그리고 애틀랜타를 거의 동일시했다고 회고한다.

도대체 코카콜라는 어떤 스포츠마케팅을 펼쳤던 것일까.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코카콜라는 올림픽 개막 1년 전부터 스포츠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대표적인 프로모션이 올림픽 성화 릴레이였다. 코카콜라는 소비자로부터 미국 전역을 돌며 성화를 운반할 사람을 추천받았고, 추첨을 통해 선택된 사람은 84시간 동안 1만5000마일을 걷거나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성화를 운반했다. 이 프로모션을 통해 코카콜라는 미국 전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이와 함께 체험마케팅도 실시했다. 애틀랜타 시내 공식후원 장소인 센터니얼 올림픽 공원에 '올림픽시티'(Olympic City)를 세운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지금까지도 애틀랜타올림픽은 '코카콜라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다.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은 "애틀랜타올림픽을 계기로 코카콜라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급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코카콜라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39%가 '코카콜라가 올림픽 후원사기 때문에' 구입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카콜라의 마케팅 백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현재 코카콜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후원계약을 2020년까지 늘린 상태다.
 


'올림픽 스폰서'로 프리미엄카드 1위 오른 비자카드

올림픽 스포츠마케팅의 또 다른 수혜기업은 비자카드다. 비자카드는 1985년 '탑(TOP) 프로그램 1기'로부터 올림픽 경기장과 숙소 등에서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권을 획득했다.

탑 프로그램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의 주요 사업분야별로 대표기업을 선정해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대신 탑으로 선정된 기업에게 독점적으로 올림픽을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독점권을 획득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비자카드는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된 후 3년간 세계 매출이 18% 성장했다. 게다가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비자카드가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된 이후 비자카드를 '가장 좋은 카드'로 인식하거나 '국제여행에 사용하겠다'는 소비자가 50%나 늘었다. 노현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림픽 스폰서십은 비자가 아멕스를 넘어 프리미엄카드 1위에 오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선 삼성·현대기아차 '활발'…다른 기업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IOC와 무선통신장비 지원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한국기업으로서는 최초로 공식후원사가 됐다. 김용만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에게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특별한 의미일 것"이라며 "공식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중저가 가전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IT브랜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월드컵이나 세계 테니스대회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유로2008 경기 공식후원사로서 차량 530대를 지원했으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는 164대의 팀 버스를 제공한 바 있다. 기아차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의 메이저 스폰서로 활동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 중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인 곳은 삼성, 현대·기아차 정도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일부에 국한된 점이 국내 스포츠마케팅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인 S&B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스포츠마케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림픽과 같은 큰 스포츠경기는 투자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중견기업의 경우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점도 스포츠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이 한정된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일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중견기업들도 스포츠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미국처럼 정부와 기업이 상호협력을 통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후원사 울린 'SK텔레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통신부문 공식후원사는 KTF(현 KT)였다. 당시 KTF는 사명이 포함된 'Korea Team Fighting'을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공식후원 자격이 없는 SK텔레콤이 '붉은 악마'와 함께 거리응원을 펼치며 'Be the Reds'라는 슬로건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대다수 국민은 '대~한민국(박수 5번)'의 구호와 '붉은 악마'의 응원에 동참한 SK텔레콤을 공식 후원업체로 인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