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 1월16일 포스코의 8대 회장에 내정된 권오준(64)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2000년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유상부·이구택, 그리고 정준양 현 회장에 이어 이번 권 내정자까지 외부 영입없이 내부 인사로 회장 자리를 채울 기세다. 회사 사정에 밝은 인사를 택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권 내정자가 진두지휘하게 될 포스코는 2014년 2월 현재 ‘기회’보다는 ‘위기’ 상황에 더 노출돼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 실추, 수익성 개선, 경영쇄신 요구, 내부소통 등 굵직굵직한 난제들을 권 내정자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통'인 그를 놓고 포스코만의 독점적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입사 후 26년간 현장에서 '기술연구'에 몰두해온 탓에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염려가 동시에 나온다.
오는 3월14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하게 될 권 내정자. 그가 재건해야 할 ‘위기의 포스코’를 둘러싼 4대 과제를 살펴본다.
◆과제1 = 수익성 개선하라
권 내정자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숙제는 역시 실적개선이다. 2010년 5조47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8000여억원(증권가 추정치)으로 반토막 났다. 2009년 당시 17%였던 영업이익률도 2013년 3분기 4%대로 떨어졌고 2008년 9조원이던 부채 역시 14조원대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차입금 사정이 심각해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그룹 전체 차입금은 2010년말 2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기준 30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무디스가 지난해 11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 악화는 철강 경기 하락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데서 비롯됐다. 정 회장이 취임할 당시 포스코 계열사는 36개였지만 2013년말에는 71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 3조3800억원을 투자,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포스코는 2009년 이후 플랜트와 신소재 관련 회사 인수 등에 3년간 5조원 가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우인터내셔널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실적을 보이는 계열사들이 없다. 포스코에이에스티, 성진지오텍, 태국 스테인리스냉연강판 생산업체 타이녹스, 포스코플랜텍 등 정 회장 재임기에 인수한 회사들은 포스코 계열 편입후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과제2 = 비철강 소재사업 일으켜라
전임 회장이 육성한 비철강 소재사업에 대한 성과를 내는 일도 권 내정자가 거둬들여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정준양 회장은 철강업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2009년 취임 후 줄곧 비철강부문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비철강 부문의 매출액은 전체의 43%를, 영업이익률도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 체제에서는 포스코의 체질변화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철강 분야의 자회사가 늘면서 그룹 몸집은 커졌지만 철강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고 철강사업의 부진을 비철강 분야에서 낸 실적으로 메웠다는 평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경기의 침체국면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포스코는 과거 독점적인 위치에 있을 때의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며 “비철강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등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제3 = 기술경영 색깔내라
권오준 사장이 다른 경쟁자를 따돌리고 회장 내정자가 된 데는 그의 기술연구 성과가 한 몫했다. 그의 지론 역시 '존경받는 기업, 그리고 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다.
권 내정자는 26년간 줄곧 포항과 광양에 머무르며 포스코의 기술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는 동안 포스코의 대표 기술이 된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일조했고 자동차강판·전기강판 같은 고부가가치 강과 신소재 개발에 힘썼다.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염수에서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 개발도 지휘했다. 이같은 공로 덕분에 장영실상(1996년), 대한금속학회상(1996년), 기술경영인상(2013년) 등 각종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권 내정자는 이제 기술과 마케팅의 조합을 통해 본업인 철강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인 신소재·에너지부문에서도 ‘기술 상업화’를 이뤄내야 할 과제를 안았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과제4 = ‘탈정치’ 하라
정 회장의 사임 과정에서 포스코는 이래저래 ‘정치권 외압설’에 시달렸다. 때문에 권 내정자에게 쏠린 기대섞인 시선에는 ‘정치색이 묻어있지 않다’는 점이 크게 차지한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정권과 가까운 인물들이 낙점되는 등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왔다. 여기에 공기업식 방만경영의 잔재나 조직문화 때문에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 중 하나였다.
다행히 이번 회장 인사 과정에서는 선임절차가 막바지에 달할 때까지 별다른 하마평이 없었고, 권 내정자가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인 만큼 포스코 내부에서는 경영쇄신을 이룰 적임자라는 호평이 잇따른다.
따라서 권 내정자는 포스코가 더 이상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재임기간 동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포스코를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처럼 국민기업 포스코의 신뢰를 재건하는 일, 그것이 세계 철강 2위 기업의 사령탑이 가슴 속에 새길 마음가짐이다.
☞ 프로필
서울대 금속학과/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학 박사/ 1986년 포스코 입사/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기술총괄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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