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부이사장 선임 강행…궤도 이탈한 철도공단의 내홍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이 집안싸움으로 시끄럽다. 지난 2월 이사장 선임을 놓고 낙하산 논란으로 노조와 한바탕 내홍을 겪은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김영우 부이사장 선임을 놓고 노조와 공단 측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17일 철도공단은 김영우 기획혁신본부장을 신임 부이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철도공단 노조 측은 김 부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이사장 인사 발표 전 이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사 철회를 요구했던 노조 측은 사측이 인사를 번복하지 않는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직원들이 이사장도 아닌 '부이사장' 자리를 놓고 집단 반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 2월에 새로 취임한 강영일 이사장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 김영우 부이사장 선임 놓고 노사 갈등 폭발


철도공단의 노사 간 불신이 층층겹겹 쌓이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김 부이사장 선임 때문이다.

노조가 김 부이사장 내정에 극심하게 반대하는 것은 그가 지난 2011년 임금체불 사태의 책임자였기 때문. 2011년도 임금 인상분(14억원) 체불과 관련해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에 합의했지만, 이를 어기고 소송을 진행했던 책임자가 김 부이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결과 사측이 패소해 소송비용으로 혈세 2억여원이 낭비됐고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에 노조 측은 수억원의 소송 및 이자 비용으로 공기업 예산을 낭비하고 노사관계 파탄의 장본인으로서 공단 이미지를 훼손한 점을 들어 김 부이사장 임명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러한 인물이 부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은 조직 내부의 불신은 물론 신임 이사장의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며 공단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김 부이사장 선임을 놓고 노조와의 마찰은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사항”이라며 “사실 김 부이사장 외에 공단 내부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 새 이사장 리더십 논란까지

이처럼 김 부이사장 임명이 암초로 등장한 가운데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강 이사장의 리더십 부재가 철도공단의 또 다른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17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어 정부로부터 중점관리대상 공기업으로 강력한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이때, 조직 내부의 잡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려를 자아낸다.

관계기관의 한 인사는 “사실 강 이사장 선임 당시부터 철도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내부갈등이었다”며 “하지만 취임한 지 한달도 채 안돼 부이사장 임명을 놓고 노조와 또 마찰이 벌어진다는 것은 강 이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부가 철도공단의 이사장을 공모한 후 내정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측의 추천인물이 다르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며 “결국 사측과 노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강 이사장을 내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마자 이렇게 잡음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철도공단 혁신을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지금 모습으로는 약간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철도공사의 부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노사갈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임이사(시설본부장, 기술 본부장, 건설본부장, 기획혁신본부장) 선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미 전임 이사장 때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전임 이사장은 취임 후 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임명된 상임이사(직무대리) 4명 중 건설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이 잇따라 물러난 바 있다. 당시 국토해양부에 요청한 상임이사 후보자가 인사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임 이사장은 이로 인해 조직 개편과 혁신 속도 조절 실패라는 오명을 안아야만 했다. 철도공단의 이런 전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사측과 노사의 대립은 조직개편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옛말에 ‘좋은 농부에게 나쁜 땅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좋은 수장은 조직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말처럼 강 이사장은 현재 눈앞에 닥친 부이사장 임명과 관련, 조직관리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강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