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삼겹살 문화가 형성될 때마다 크고 작은 센세이션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문화보단 한때 유행이나 트렌드에 불과했다.
콘셉트의 변화일 뿐 가장 근본적인 원육 품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여러 갈래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서민형 육류, 저가형 이미지 쇄신엔 한계가 있었다.
◇ 두툼한 숙성삼겹살 ‘센세이션’
그러던 흐름이 2010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기존 삼겹살보다 열 배 이상 두툼한 두께의 괴물 같은 삼겹살이 등장했다. 가장 큰 변화는 원육의 품질이다.
질 떨어지는 싸구려 원육을 가리기 위해 냉동시키고 얇게 썰었던 때와는 달리, 두께 3cm 이상의 스테이크형 삼겹살을 구현하려면 원육이 신선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삼겹살이 대세였다면 이번에는 신선육, 고급육의 키워드가 중심에 선 것이다.
두 번째는 그릴링의 변신, 즉 참숯직화의 탄생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불판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육 품질이 월등하게 업그레이드되면서 고기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는 그릴링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아마 3cm의 두꺼운 고기 육즙을 그대로 저장하면서 타지 않게 굽기 위한 업주들의 고민이 노하우가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때 숯불직화의 강력한 한 방이 화두로 떠오른다. 그 동안 직화구이 문화는 소고기에만 적용됐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을 숯불화로에 직화 방식으로 굽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숯불에 기름이 뚝뚝 떨어 질 때마다 뿜어 나오는 연기와 잿더미를 감당할 업주는 없었다. 제주도에는 간간히 숯불을 사용하는 집들이 있었다. ‘근고기’라고 해서 등심이나 안심(삼겹살이나 목살 부위가 포함되기도 했다) 등 비교적 지방이 적은 부위를 큼직하게 뭉텅뭉텅 썰어 숯불에 구워 멜젓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숯불직화 도입은 두툼한 스테이크 삼겹살, 목살을 굽는데 최적의 방식이다. 빠른 시간 안에 겉면을 익히기 때문에 육즙이 그대로 저장된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속은 부드럽게 익어 쫄깃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기에 숯불이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불맛도 은은하게 밴다. 그러나 잘못하면 타기 십상. 숯불과 불판과의 적절한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불맛보단 원육 고유의 참맛을 구현하기 위해 막힌 불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참숯과 가스착화 방식을 동시에 사용, 2~3분 안에 열을 300℃까지 끌어올려 직화 때처럼 고기 겉면을 빠르게 익힌다. 숯불이 고기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기 때문에 불맛은 덜하나 직화보다 덜 탄다는 장점이 있다.
◇ 상차림, 임팩트 있는 구성으로 ‘선택과 집중’
원육과 그릴링도 마찬가지지만 상차림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특색 없는 찬가지를 늘어놓기보다 임팩트 있는 것들만 선택해 간결하고 단출하게 차려낸다. 원육 자체가 좋기 때문에 소스나 별다른 곁들임 찬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쌈장이나 기름장(맛소금에 참기름 살짝 부어내는 장)은 빠진 지 오래다. 대신 많이 짜지 않고 질 좋은 천일염을 볶아서 낸다.
대구시 북구 <맛찬들왕소금구이>는 ‘몰로키아’라는 허브와 양파가루, 마늘가루 등 수십 가지 원료를 배합해 만든 소금을 낸다. 잡냄새가 없고 유해물질을 제거해 몸에도 좋다. 알칼리 성분이라 단맛도 살짝 난다. 맛있는 고기는 좋은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맛이 최상이다.
쌈장 대신 갈치속젓이나 토하젓, 자리젓을 제공하기도 하고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다양한 장아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전에는 고추나 양파 장아찌 정도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명이나물이나 알타리무, 무청, 방풍나물, 토마토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이색장아찌를 만든다. 김치도 일반 김장김치 외에 백김치, 열무 김치, 갓김치, 양파김치, 묵은지, 겉절이 등 개성과 지방색을 잘 살린 김치를 제대로 구현한다.
돼지갈비나 불고기 등 양념육은 술안주와 식사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반찬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삼겹살은 기름진 원육 맛을 잡아주는 ‘선택과 집중’형 반찬만 단출하게 구성하면 된다. 원재료비 를 줄이면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