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트밸리. 원래는 채석장이었다. 과연 입구에서 보니 하얗게 드러난 돌산이 과거를 말해준다. '아트'(예술)에 '밸리'(골짜기)라니…. 과한 표현이 아닐까. 조금은 까칠한 생각으로 일단 돌문화홍보전시관에 들어가 본다. 소박한 전시관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화강암 ‘포천석’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포천이 척박한 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이 돌산도 그에 한 몫을 했겠다. 이름에서 보다시피 포천에서 나오는 화강암이라 ‘포천석’이고, 수도권 가까이에서 출토된다는 것이 활용성을 높였다.
1960년대부터 채석된 포천석은 우수한 품질로 서울의 다양한 건축물에 사용됐다. 서울지하철, 인천공항, 청와대, 국회의사당, 강릉시청, 대구MBC 등을 짓는 데 포천석이 쓰였고, 울릉도에 세워진 ‘독도는 우리 땅’ 노래비 등 각종 기념비도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그만큼 튼튼할 뿐 아니라 돌 자체가 예뻐서 석재계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지금도 사랑 받고 있는 건축자재이지만, 이곳에선 더 이상 상품성 있는 돌을 채취할 수 없어 30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2003년, 흉물스러운 폐채석장을 두고 포천시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 14만743㎡에 155억원을 들여 새로운 곳을 만들었다. 채석장이 아닌 아트밸리, 예술의 계곡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언덕을 오르기 위해 모노레일을 탄다. 산책로를 생략했기에 모노레일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이 채석장이다. 남겨진 돌들을 보며 각종 동물이나 사물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 그리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풍경이다. 팔려 나가지 못한 하얀 원석이고, 자칫 무너져 내릴까 조바심 나는 돌무더기다. 아직까지는 채석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의미라면 의미일까. 절벽 위로 솟대와 조각품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쯤 모노레일 정거장에 도착한다.
아트밸리 천주호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다드디어 ‘와~!’ 하고 탄성이 나온다. 천주호는 아트밸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은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고 들어가던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졌고, ‘인공 아닌 인공’의 절경을 만들었다. 맑은 1급수에 최대 수심은 20m다. 이곳에 가재, 도롱뇽, 버들치가 살고 있다. 천주호 바닥에 가라앉은 화장토는 물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에매랄드 색 물빛을 만들어 냈다. 산바람이 불어오자 호수 위에 잔잔하게 물결이 그려진다. 복잡한 생각은 털어버린 지 오래다. 언젠가 중국에서 비슷한 풍경을 만났었는데, ‘뭘 그리 멀리 갔었나?’ 하는 소회가 잠시 스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꽤 오래 머무른다. 물, 벽, 하늘이라는 단순한 피사체를 두고 참으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 위에서 보고, 물가에서 보고 함께 모여 단체사진, 기념사진도 찍는다. 가족과 친구에게 화상통화를 걸고, SNS에 행적을 알리기에 바쁘다. 이 자체가 이벤트인 셈이다.
돌문화홍보전시관
아트밸리
◆여행자와 함께, 시민과 함께아트밸리는 모두의 공간이다. 여행자는 이곳을 감상하고, 시민들은 이곳을 이용한다. 대공연장은 40m 높이의 화강암 절벽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무대다. 이곳에서 4월~10월까지 주말마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공연이 열린다. 소공연장도 있다. 50m의 화강암 직벽과 천주호 사이에 설치된 무대로 약 300명의 관람객을 수용한다. 이곳에서 화강암벽을 이용한 영화 상영, 소리울림을 이용한 공연 등 낭만적인 수상공연이 펼쳐진다.
교육전시센터에서는 기획전시가 열린다. 지금은 '포천 한탄강 자연유산 및 유물특별전, 세월을 감아도는 큰 여울'이 열리고 있으며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구과학 화강암 학습체험’은 매 주말 열리는 중고등학생 대상의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직접 돌을 만지며 체험이 이뤄지니 이보다 더 좋은 학습장이 없다. 교육센터에서는 쿠키, 케익 만들기, 가죽공예, 돌공예, 도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창작 프로그램이 매일 열린다. 쿠키방, 비누방, 흙돌방 등 용도에 따른 시설을 갖추고 있어 지역 문화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여행지가 관람의 역할만 하여, 정작 해당 지역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 아트밸리는 공간과 콘텐츠를 밀도 있게 운영하고 있다.
아트밸리는 기대 이상이다. 반 남은 절벽산은 흐뭇한 행복감을 주는 곳이 됐고 버려진 채석장은 환골탈태하여, 오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됐다. 여행자와 시민 모두를 환영하는 예술의 계곡, 참으로 칭찬하고 싶은 곳이다.
● 여행 정보
[포천 아트밸리 가는 법]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IC - 금강로 - ‘내촌’ 방면으로 우측방향 - 포천로 - 내촌삼거리에서 유턴 - 포천로 - 가산삼거리에서 ‘포천시청, 포천경찰서’ 방면으로 우회전 - 포천로 - 한내사거리에서 ‘신철원, 운천’ 방면으로 우회전 - 호국로 - 신북교차로에서 ‘아트밸리’ 방면으로 우회전 - 아트밸리로
[대중교통]
의정부역 - 의정부3동 우체국 정류장에서 74번 승차 - 아트밸리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아트밸리: 검색어 ‘포천아트밸리’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282
[아트밸리]
http://www.artvalley.or.kr / 031-538-3483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이용요금 : 단위 원)
산정호수
1925년 농업용수를 쓰기 위해 만든 저수지이다.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됐고 연간 150만명이 찾아오는 명소로 호수의 풍경이 빼어나다. 아침 물안개는 사진가들의 필수 코스이고, 가을에 열리는 명성산 억새축제는 이름대로 ‘명성’이 높다. 김일성 별장터, 궁예 이야기길,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세트장, 허브식물원 등 호수 둘레를 산책하며 들러볼 만한 곳도 있고, 래프팅 등의 레포츠와 주변에서 열리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http://www.sjlake.co.kr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191 / 031-532-6135
<음식>
버섯골 이슬비가든: 초고버섯, 은이버섯 등 흔하지 않은 버섯을 넣은 버섯샤브정식에는 새싹채소를 포함한 풍성한 야채, 고기, 어묵 등이 나온다. 버섯과 야채마다 맛이 다양해 먹는 재미도 있다.
버섯샤브정식 3만~4만원 / 동충하초백숙 4만5000~6만5000원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풍혈산유원지 / 031-534-1880
<숙소>
한화콘도: 산정호수 주차장 가까이 있어 산정호수 산책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예약문의: 031-534-5500
객실가격: 8만2000~42만원(VAT 포함가격)
http://www.hanwharesort.co.kr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454-4
캠핑라운지: 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할 수 있고, 캠핑민박 공간도 있어 어린 아이와 어르신과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캠핑헛, 캠핑하우스, 캠핑사이트 등 조건이 다양해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예약문의: 010-4761-1145
http://www.campinglounge.com /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650-5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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