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아시아리 설립은 금융감독원 초대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김기홍 대표가 주도해 지난 2월 말 '팬아시아리컨설팅'을 신규법인으로 등록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금감원을 찾아 재보험사 설립계획을 설명하며 예비인가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팬아시아리가 재보험사로서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투자단 구성에서 개인투자자에 지나치게 편향된 탓에 기관투자자의 영입과 추가자본 확충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게다가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팬아시아리의 국내 보험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설사 팬아시아리가 성공적으로 출범한다 하더라도 신생 재보험사로서의 낮은 신용도, 해외 재보험사와의 경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 최대 난관, '기관투자자 영입' '영업인력 확보'
팬아시아리가 국내 보험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 영입'과 '영업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팬아시아리의 설립 인가요청이 들어오면 대주주적격성 문제를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의 투자유치를 진행했으며 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의향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표적 사모펀드운용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와 가이저파트너스의 이민주 회장, 원재연 회장이 각각 팬아시아리에 출자방침을 통보했다. 이밖에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 서동표 아이사인베스트먼트캐피탈 대표도 투자계획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투자단이 개인투자자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일 개인투자자들로 대주주단이 구성될 경우 자본이 부족한 초기에 대규모 사고가 일어나면 재보험사 파산은 물론이고 그 피해가 주고객인 원수사(보험사)에 고스란히 가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향후 지급여력 확보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데 김 대표는 아직까지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투자목적은 단기적 수익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보험과 같이 리스크가 크고 장기적인 시야가 요구되는 업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인력 부재 역시 팬아시아리의 보험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뛰어난 영업력이 반드시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팬아시아리가 확보한 인력은 대부분 재보험 물량을 중개하는 대리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후 코리안리와 일부 외국계 재보험사의 전문인력을 영입해야 하지만 높은 연봉 등을 지급할 만큼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유지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이처럼 재보험사 설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관투자자 유치와 인력확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출범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 팬아시아리 출범 후에도 넘어야 할 산 많아제2재보험사가 성공적으로 출범된다 하더라도 국내 보험시장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팬아시아리 측은 코리안리가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미처 수용하지 못한 물량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기업들의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기업인 코리안리가 아닌 해외현지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맡기는 기업이 늘어났다. 또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로 무장한 해외재보험사들이 국내에서 20~30%의 높은 자기자본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코리안리는 8~9%에 그쳤다. 국내 손보사 평균은 13~14% 수준이다.
코리안리가 국내 재보험시장의 60%를 점유했지만 해외재보험사들과의 경쟁에서 영업마진이 그리 후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코리안리도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 확대를 살 길로 판단, 현재 23%인 해외비중을 2050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리안리마저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국내 신생재보험사가 영업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생재보험사인 만큼 담보력이 약하고 신용도가 낮다는 점 역시 팬아시아리의 발목을 잡는다. 코리안리는 해외에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라 보험금 미지급으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 원수사들이 출재하는 데 부담이 없지만 신생사의 경우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출재를 꺼릴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초기에는 브로커 위주로 영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팬아시아리의 설립을 반기는 분위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정부방침에 따라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해소방안으로 팬아시아리의 설립을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이어진 코리안리의 독주를 견제하고 팬아시아리가 해외재보험사로 새나가는 국내 재보험 물량을 막아준다면 외국계 재보험사로의 국부유출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시중보험회사 관계자는 "코리안리가 증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보험 물량이 외국계 재보험사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며 "이 부분을 팬아시아리가 커버해준다면 국부유출을 막고 시장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재보험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제2, 제3의 재보험사를 설립해 올바른 경쟁체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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