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론 수익 둔화 속에서 연회비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사진은 국내 고연회비 프리미엄 카드 사진들. (왼쪽부터) KB국민카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삼성카드 '라움 오', 우리카드 '투 체어스', 하나카드 '클럽원 카드 200', 현대카드 '더 블랙'./ 사진= 각사, 챗GPT 생성 이미지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론 수익 감소 속에서 연회비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회비 수익이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카드사들은 고연회비 프리미엄 카드를 앞세워 VIP 고객을 장기간 붙잡는 락인(lock-in, 고객 잠금)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의 신용카드 연회비 수익 합계는 1조150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56억원)와 비교해 750억원(7.0%)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 실적을 합산할 경우 지난해 신용카드 연회비 수익이 1조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연간 신용카드 연회비 수익은 2020년 1조685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4년 1조4414억원까지 확대됐다. 연평균 약 7.8% 증가한 셈이다. 카드 결제 성장 둔화와 수수료 인하 정책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연회비 수익만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연회비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KB국민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현대카드(11.3%), 하나카드(8.1%)가 뒤를 이었다. 롯데카드(5.7%), 신한카드(4.1%), 삼성카드(2.1%), 우리카드(1.5%)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프리미엄 카드가 연회비 성장 견인
이 같은 흐름은 카드사들이 수익 구조를 프리미엄 카드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론 규제 강화로 전통적인 수익원이 약화되면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가 연회비 카드 기반의 수익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은 초고가 연회비 프리미엄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VIP 등 우량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300만원의 더 블랙(The Black) 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는 250만원의 투 체어스(Two Chairs)를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200만원의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Heritage Exclusive), 삼성카드는 200만원의 라움 오(RAUME O), 하나카드는 200만원의 클럽원 카드 200(CLUB1 Card 200)을 각각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는 190만원의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The Premier Gold Edition)으로 초고가 시장 경쟁에 뛰어 들었다.


프리미엄 카드 확대는 수익 방어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회비는 이용 실적 변동과 무관하게 비교적 매년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수익이다. 고소득층 고객은 소비 여력과 카드 충성도가 높아 마케팅 효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한계도 지적된다. 고가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포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데다 숙박·라운지·포인트 등 혜택 제공에 따른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프리미엄 고객층의 소비 여력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초고가 이어 중간가 프리미엄 카드도 경쟁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10만~30만원 수준의 프리미엄 상품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혜택을 선택형·맞춤형 구조로 설계해 비용 효율을 높이면서도 고객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하나카드의 연회비가11만5000원인 제이드 클래식(JADE Classic), 현대카드의 20만원인 서밋(Summit), 롯데카드의 30만원인 로카 프로페셔널(LOCA Professional) 등이 대표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중심 모델이 구조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연회비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수익원"이라며 "프리미엄 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만큼 상품 차별화와 비용 관리 역량이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