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2차’ 모델하우스에 몰린 방문객들. /사진제공=호반건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으려는 실수요자들은 청약통장을 들고 모델하우스를 찾아가 1~3순위 청약을 시도한다. 하지만 최근 엄연히 청약통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3순위 정식 청약이 아닌 '4순위 청약'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4순위 청약은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다. 정식 청약인 1~3순위 청약에서 미분양된 물량에 대해 선착순 계약을 노리고 사전 예약 신청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정식 청약도 아닌데 실수요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미사강변도시 A6블록에서 순위권 청약을 마친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는 총 1062가구 모집에 1290명이 접수됐다. 일부 타입이 미달됐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표정은 나쁘지 않다. 사전 접수한 4순위 대기자만 1000명이 넘어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우건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시작 2개월 만에 대부분이 계약됐던 1차의 경우에 비춰 볼 때 2차의 판매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미 4순위 접수 건수가 청약 잔여가구 수를 훌쩍 넘었으며 계속해서 늘어나고 추세”라고 말했다.

4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3순위 청약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첨돼도 재당첨 금지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며, 수요자가 원하는 동과 층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건설이 당진시 송악도시개발구역에 분양 중인 ‘당진 힐스테이트’는 순위권에서 청약을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4순위에만 이미 1000여명이 접수를 마친 상태다.


당진 힐스테이트 분양 관계자는 "4순위 분양에 대비해 내 집 마련 퍼스트 카드라는 일종의 사전 예약 신청서를 받아 왔다"며 "정식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을 마친 후 4순위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시흥 배곧신도시에 분양중인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2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순위 내 청약은 이미 마감됐지만 무려 1500여명이 잔여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대기 고객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분양마케팅전문회사 유당D&C 박창권 대표는 "최근 분양시장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청약통장이 거의 필요 없는 분위기인 게 사실"이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청약통장을 쓰기보단 시장 환경과 단지의 입지여건을 파악한 뒤 4순위로 계약을 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